남북, 서해 NLL 정보교환망 곧 가동…中어선 불법조업 근절될까
해군 평택 2함대-北남포 서해함대사 간 팩스로 中어선 정보교환
남북, 불법조업 정보 교환후 함정간 핫라인 가동땐 단속에 효과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남북 군사 당국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불법조업하는 중국어선에 대한 '정보 교환망'을 조만간 가동할 방침이어서 중국어선 불법 조업 근절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1일 남북 함정 간 핫라인인 국제상선공통망의 완전가동 사실을 밝히면서, 제3국(중국) 불법조업 선박에 대한 정보교환을 서해지구 군 통신선 복구와 연계해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해지구 군 통신선의 노후화로 광케이블로의 교체 작업이 추진되는 가운데 이 작업이 완료되면 남북 간에 불법조업 중국어선에 대한 정보교환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2004년 6월 제2차 장성급 군사회담 합의에 따라 남북은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이용해 중국어선의 NLL 일대 불법 조업 현황 정보를 교환하기로 한 바 있다. 중국어선에 대한 정보는 상호 팩시밀리로 교환됐다.
팩시밀리의 최종 도착지는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와 북한 남포 서해함대사령부이다. 이를 위해 6회선의 광케이블이 깔렸다. 그러나 서해지구 통신선 상황이 좋지 않아 이 광케이블 회선은 가동이 중지됐다.
남북은 정보교환망이 복구되면 NLL 일대 불법조업 중국어선 척수와 위치(경·위도로 표시), 조업시간 등을 담은 '정보교환 통지문'을 상호 교환하게 된다. 북측은 서해 함대사령부의 '서해 해상 정황종합실' 명의로 우리 2함대 상황실로 통지문을 전달하게 된다.
2004년 6월 합의 이후 몇 차례 정보교환 통지문이 오고 가다가 북측의 일방적 조치로 현재까지 불통 상태이다.
남북이 NLL 일대의 중국어선 불법조업 정보를 상시 교환하면 이 일대 해상에서 남북 함정의 우발적 무력 충돌을 막는 것 뿐 아니라 불법 조업 단속의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국방부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올해 들어서도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해상에는 중국어선이 상시로 불법조업했고, 이날 오후에도 그 규모가 50~100여 척인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들 중국 어선은 매우 촘촘한 그물로 치어까지 싹쓸이해 NLL 일대의 어장을 황폐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특히 꽃게 조업 철이면 백령도, 연평도 어민들의 수확량은 매우 줄어든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NLL 일대의 중국 어선 불법조업이 남북의 우발적 해상 충돌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남북 함정이 NLL 일대의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NLL 인근으로 바짝 접근하거나 NLL을 침범하게 되는 데 이때 남북 간에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기 쉽다. 1,2차 연평해전 때도 NLL 일대에서 불법 조업한 중국어선이 충돌의 한 빌미가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북 군사 당국이 매일 중국어선 조업 현황자료를 교환하고, 함정 간 핫라인을 상시 가동체제로 유지할 경우 단속 효과가 클 것이라고 군은 설명했다.
양측 함정이 NLL 일대의 중국어선 단속 작전과 그에 관한 정보를 사전 교환한 다음 행동에 나서면 중국어선을 NLL을 밖 또는 중국 쪽으로 밀어내는 작전을 공세적으로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남북 함정이 사전 약속에 따라 제3국(중국) 어선 단속작전을 벌이면 우발적 충돌을 피할 수 있고, 단속 효과도 클 것"이라며 "밀어내기 작전 등 제3국 어선을 적극적으로 단속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남북한과 중국 간에 불법 조업을 막는 외교적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중국 외교부와 해사 당국을 통해 중국어선의 NLL 일대 불법 조업이 남북 충돌의 빌미가 된다는 점을 알리면서 적극적인 단속을 주문하고 있다. 반면, 북측은 단속이 느슨하다. 북한 측이 NLL 일대의 조업권을 중국에 판매해 불법조업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남북 군사 당국 간에 제3국 불법조업 근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면서 우리와 중국, 북한과 중국 정부 차원의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등의 투트랙 접근법으로 가는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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