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미국 '테러리스트 용의자' 가혹행위 알고도 덮었다"
영국 매체, 하원 정보위원회 보고서 인용 보도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9·11 테러 이후 미국이 테러용의자들에게 가혹 행위를 했으며, 영국 정보당국이 이를 목격하고도 묵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8일(현지시간) 스카이뉴스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영국 하원 정보보안위원회(Intelligence and Security Committee·ISC)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2010년까지 미국의 테러 용의자에 대한 가혹 행위 및 용의자 불법 인도, 영국 정보기관의 개입 등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4천여개의 문서와 이전 구금자들, 전직 정보요원들로부터 증거를 모아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영국 국내정보국(MI5)과 해외정보국(MI6), 국방정보기관이 미국 당국의 반복되는 가혹행위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MI6와 MI5, 국방부는 2002년부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등에서 미국 정부가 진행한 테러 용의자 심문에 참여했다.
심문은 2천∼3천회 가량 진행됐다.
미국 정부는 또 별도 재판 없이 용의자들을 비밀리에 다른 곳으로 인도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이 기간 영국 당국자들이 억류된 이들에 대한 가혹 행위를 직접 목격한 경우가 13회, 구금자들이 가혹 행위에 대해 영국 관계자들에게 알린 것도 25회에 이른다고 적시했다.
해외 정보기관이 이 같은 가혹 행위에 대해 영국 당국과 정보를 공유한 것도 128회에 이르지만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국 MI5 등이 용의자 인도와 관련해 재정적인 공헌을 한 것도 세 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정보보안위원회는 "우리 견해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에 대해 영국 정부가 묵과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영국 당국이 직접 구금자들에 대한 육체적 가혹 행위에 참여한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도미닉 그리브 정보보안위원회 위원장은 "엄청난 압력 아래 있던 정보기관 요원들 개인을 비난하려는 것이 이번 보고서의 목적은 아니다"면서 이로부터 교훈을 얻어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영국 정부는 (구금자들에 대한) 고문이나 비인간적이고 모멸적인 대우에 참여하지 않았다"면서도 "구금 및 심문과 관련한 정보기관의 가이드라인에 개선이 필요한 것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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