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대체복무제 없는 병역법 '헌법불합치' 결정 환영"
"포용적·다원적 사회로 가는 계기…대체복무제 설계안 정부·국회에 제시할 것"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환영하는 입장을 냈다.
국가인권위는 28일 이성호 위원장 이름으로 낸 성명에서 "대체복무제를 병역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것이 헌법상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임을 인정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성명서에서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전쟁이나 살상을 전제로 한 훈련과 제도에 참여할 수 없으나 사회에 기여할 다른 임무가 있다면 기꺼이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도 정부가 국가 안보, 병역기피로 악용될 가능성, 병력자원 손실을 이유로 대체복무제 도입에 반대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1950년께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2만여명의 청년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처벌했고, 유엔 인권이사회 등 국제사회와 국가인권위가 정부·국회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해왔다"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는 또 "이번 헌재의 결정은 국가의 이념·제도와 개인의 기본적 인권 중 어느 하나만 선택하기보다 소수자의 인권을 향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포용적이고 다원적 사회로 가는 데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한편에서 여전히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우리나라에 앞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검토할 때 병역기피 목적으로 (대체 복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가인권위는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에 합헌 결정이 나온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가인권위는 "(합헌 결정된 부분과 관련해) 8월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개변론을 열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에 대한 각계 의견을 듣기로 한 만큼, 국가인권위도 의견서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인권위가 구체적인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쳐 대체 복무 신청 절차, 심사 주체 및 심사 방법, 복무 분야·기간 등 제도 설계안을 정부와 국회에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날 현역입영 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기일부터 3일이 지나도 불응하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병역법 88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 대 4(위헌) 대 1(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아울러 헌재는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같은 법 5조는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에 따른 입영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는지가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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