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헌재, 사회적 혼란 막으면서도 처벌 피할 길 열어"
헌법학자 임지봉 교수 "고민 많이 한 결정…재심·석방 등 혼란 고려한 듯"
김현 대한변협 회장 "등록거부했던 백종건 변호사, 다시 검토할 가능성"
양심적 병역거부자 무죄 선고한 판사 "대법원 '정당한 사유' 명확히 판단해줘야"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 조항 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28일 결정을 두고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환영의 입장을 내며 국회에 발 빠른 입법을 촉구했다.
헌법학자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헌재가 고민을 많이 해선 내린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형벌 법규이기 때문에 위헌 결정이 난다면 효력이 소급된다"며 "이미 처벌받은 이들은 재심을 청구하거나 수감자들은 석방되는데 이런 법적, 사회적 혼란을 고려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 대신 종교적,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 복무제를 입법화해 이들이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받지는 않는 그런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과거에도 대체 복무의 입법화를 권고하는 내용은 결정 이유 부분에 설명됐지만, 강제력이 없었다"면서 "이번 결정은 헌법 불합치인 만큼 국회의 입법 개선 의무를 밝혔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김현 회장 역시 "변협도 대체 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는데 이번에 헌재가 그런 결정을 내려 환영한다"고 반색했다.
처벌 조항의 합헌 결정에 대해선 "국방 문제나 군대에 가는 이들과의 형평성 등 현실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며 "이 문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대한변협은 이번 헌재 결정을 계기로 앞서 변호사 재등록을 거부했던 백종건 변호사에 대한 재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백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지난해 5월 말 출소했다. 이후 변호사 재등록을 신청했지만, 변협 등록심사위원회는 변호사법 규정에 따라 등록 신청을 거부했다. 현행 변호사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변호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회장은 "변협 임원들 간에는 등록심사위원회를 다시 열어 백 변호사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자는 분도 상당히 있다"며 "조만간 치열하게 토론해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백 변호사의 등록을 받아줘야 한다고 변협에 의견을 냈던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찬희 회장 역시 헌재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 회장은 "헌재가 처벌규정에 대해 명확히 위헌성을 판단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4인 재판관의 위헌 의견과 사실상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면 된다는 2인 재판관의 합헌 의견까지 포함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헌재 결정의 깊은 의미를 검토해 대법원이나 각급 법원은 신속히 무죄를 선고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조속히 재판 부담에서 해방해달라"고 촉구했다.
국회에 대해서도 "조속히 형평성 있는 대체 복무제를 입법해야 한다"고 말했다.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던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대체 복무제를 위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를 통해 '정당한 사유'에 대해 명확히 판단해줄 필요가 더 생겼다"고 평가했다.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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