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4명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해야"…'처벌 합헌'과 동수
이진성·김이수·이선애·유남석 등 처벌조항 위헌 의견…"양심의 자유 침해"
2004년 두 차례·2011년 합헌 결정에서는 위헌 의견 각각 2명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헌법재판소가 14년에 걸쳐 네 번째 결정을 내리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판단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이 조항이 위헌이라는 의견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위헌 정족수인 6명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위헌 의견은 합헌 의견과 사실상 동등한 수준이 됐다.
헌재는 28일 병역법 88조 1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법원이 낸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 대 4(위헌) 대 1(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번 재판에서는 이진성·김이수·이선애·유남석 등 네 명의 재판관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일부 위헌 의견을 내놓았다.
네 재판관은 우선 헌재가 이날 병역의 종류를 현역·예비역·보충역·병역준비역·전시근로역 등 다섯 가지로만 구분해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놓지 않은 병역법 제5조(이하 병역종류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을 위헌의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 조항은 병역종류조항을 전제로 하므로 양자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만큼, 병역종류조항이 헌법에 불합치하는 이상 처벌 조항도 위헌 결정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네 재판관은 이어 "대체복무제를 도입함으로써 병역자원을 확보하고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목적을 처벌 조항과 같은 정도로 달성할 수 있다"며 "처벌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한정해 볼 때 형사처벌이 예방 효과를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처벌 조항이 '국가안보'와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공익 달성에 기여하는 정도도 크다고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형사처벌을 했을 때 뒤따르는 불이익은 매우 커서 '법익의 균형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부연했다.
네 재판관과는 달리 안창호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내면서도 별도 보충의견을 함께 제시했다. 안 재판관은 "국가공동체가 처벌 이외의 법적 제재를 완화함으로써 기본권 제한을 경감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안 재판관은 형 집행 종료 즈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사면하거나 각종 공직 임용과 취업 등의 불이익에 예외를 인정하는 방법 등을 예로 들었다.
앞서 헌재에서 나온 2004년의 두 차례 결정과 2011년의 세 번째 결정에서는 모두 두 명씩이 위헌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2004년 8월 첫 결정 당시에는 김경일·전효숙 재판관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현역복무 이행의 기간과 부담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이와 유사하거나 그보다 높은 정도의 의무를 부과한다면 형평성 회복이 가능하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최소한의 고려를 한 흔적이 없는 법조항은 위헌"이라고 반대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같은 해 10월 두 번째 결정에서도 "입법자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 간의 갈등을 해소할 대안을 모색할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필요하고 가능한 최소한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위헌 의견을 밝혔다.
2011년 8월 세 번째 결정 당시에는 이강국·송두환 재판관이 "엄격한 사전심사와 사후관리를 통해 대체복무제를 운영한다면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관련 법 조항 중 병역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은 합헌, 다만 대체복무제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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