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실리콘밸리 '두뇌 사냥' 열중…미국은 비자제한 검토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실리콘 밸리의 IT 인재들을 집중적으로 사냥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IT기업들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려는 것도 두뇌의 대거 유출이 미국의 기술 경쟁력을 잠식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재 사냥은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미국의 노하우를 얻기 위해 인수·합병(M&A), 직접 투자와 더불어 동원하고 있는 효과적 수단이 되고 있다.
이들이 고급 엔지니어, 과학자, 기타 고숙련 IT 노동자들을 유치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은 미국 정부관계자들과 헤드헌팅 업체, 영입 대상자들에게서 두루 확인되는 사실이다.
특히 구글과 같은 IT 대기업, 각종 연구소, 벤처 투자자들이 몰려있는 실리콘 밸리야말로 중국이 노리는 주요 목표다. 올해 초 예텐춘 중국과학원 마이크로전자연구소 소장이 이곳의 컨벤션 센터를 방문한 것이 그 실례다.
그는 청중을 상대로 중국의 IT 인력 수요와 든든한 자금줄을 홍보했다. 당시 행사장에는 300명 이상이 참석했는데 이중 절반이 중국인, 혹은 중국계 미국인이었다.
이른바 '중국제조 2025' 계획은 기술 강국을 꿈꾸는 중국의 야심을 반영한 것이다. 인공지능과 바이오기술, 로봇 공학을 비롯한 미래의 산업을 장악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속셈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열리는 이런 형태의 콘퍼런스나 중국 IT기업들이 실리콘 밸리에 구축한 거점 등이 인재 사냥의 채널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시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따라 중국 과학자들과 유학생, 기업들이 미국의 노하우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비자 발급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알리바바 그룹, 바이두와 같은 중국의 IT 대기업들은 실리콘 밸리에 연구·개발(R&D) 센터를 두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이 세운 3층 빌딩 'Z 파크'는 중국 IT기업들과 벤처 캐피털 업체들을 위한 허브 구실을 한다.
미국 컴퓨터 공학자들과 엔지니어들에 대한 수요는 강하고 이직률 또한 높은 편이다. IT업계의 급여 실태를 조사하는 페이사가 지난해 발표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일부 IT 대기업 직원들의 평균적인 재직 기간은 2년에 미치지 못한다.
중국의 전기차 업체 샤오펑의 자율주행차 담당 부사장이 된 구쥔리도 비교적 짧은 기간에 여러 군데의 직장을 거친 인물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것이 중국 기업들의 눈에 띄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중국의 명문대학에서 공학 박사 과정을 마친 그녀는 실리콘 밸리로 건너와 구글 본사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한 뒤 반도체 업체인 AMD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응용 분야의 업무를 담당했다.
구쥔리는 다시 테슬라로 직장으로 옮겨 자율주행차 부서의 전문가로 일하다 20개월만인 지난해 10월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에 있는 샤오펑의 자율주행차 사업부의 간부로 영입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잦은 이직은 기회주의적인 것일 수도 있으나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메우기 위한 중국 정부의 조직적 노력에는 제대로 부합하는 셈이다.
구글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다가 실리콘 밸리의 헤드헌팅 스타트업의 공동 창업자로 변신한 중국인 저우 윈카이는 "엔지니어야말로 미국과 중국 사이를 원활하게 오갈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명문대학 졸업자들은 페이스북과 구글을 위시한 미국의 유명 IT기업들에게 엔지니어링 분야의 인력풀을 구성하고 있다.
저우 윈카이가 2년 전 창업한 스타트업 '립 닷에이아이(Leap.ai)'의 이용자 가운데 약 70%는 엔지니어들이고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50∼55%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압도적으로 중국인을 선호한다. 인사관리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에 진출한 중국 IT 기업들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의 80% 이상이 중국어 사용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jsm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