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 대통령, 새 국명 '북마케도니아'에 거부권 행사
의회로 법안 되돌아가…국호 변경 절차 지연 불가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마케도니아 대통령이 국호를 둘러싼 그리스와의 해묵은 외교 분쟁 해소를 위해 합의한 새 나라 이름인 '북마케도니아 공화국'(Republic of North Macedonia)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조르게 이바노프 마케도니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마케도니아 의회를 통과한 국호 변경안에 대해 "나라 이름을 바꾸는 것은 2014년 대선 때 내가 한 약속에 어긋나고, 마케도니아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예상대로 이 법안을 비준하지 않았다.
이바노프 대통령은 국명 변경안에 대한 합의를 주도한 조란 자에브 총리의 정적이자, 국호 변경 반대의 선봉에 선 니콜라 그루에브스키 전 총리의 측근이다.
이바노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라, 마케도니아의 국호 변경 절차에는 일정 부분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이 법안은 이제 의회로 되돌아가 토의와 투표를 다시 거치게 된다.
의회가 재투표에서 법안을 다시 승인하면, 대통령은 더 이상 이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법안은 자동으로 효력을 지니게 된다.
마케도니아는 이후 국호 변경을 올 여름께 국민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국민투표에서 대다수 국민이 국호 변경에 찬성하면 헌법을 수정함으로써 마케도니아는 국명 변경 절차를 완료하게 된다.
오스트리아를 방문 중인 자에브 총리는 "의회가 법안을 다시 통과시킬 것으로 확신하며, 국민의 70∼80%가 마케도니아의 유럽연합(EU) 가입의 길을 여는 이 법안을 국민투표에서 지지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자에브 총리는 지난 12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마케도니아의 이름 변경안에 대한 역사적인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마케도니아가 국호 변경과 관련, 헌법 개정까지 완료하면 그리스 의회도 투표를 거쳐 마케도니아의 국명 변경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리스 의회의 승인이 완료되면 마케도니아는 국가적 숙원인 EU,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위한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다.
보수 성향의 그리스 야당과 국민 역시 타협안에 '마케도니아'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 한 찬성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어 양국이 27년째 이어오고 있는 국호 분쟁을 완전히 해결하기까지는 두 나라 모두 작지 않은 난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양국 국민은 올 들어 마케도니아의 국명 개정을 둘러싼 협상이 본격화한 이래, 각각 대규모 항의집회를 진행해 불만을 표출해 왔다.
한편, 그리스와 마케도니아는 1991년 마케도니아가 옛 유고 연방에서 분리된 이래 마케도니아의 이름을 둘러싸고 외교 분쟁을 지속해왔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이 그리스인들의 자부심의 원천인 알렉산더 대왕을 배출한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중심지인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 지방에 대한 영유권을 시사하고, 그리스의 역사를 도용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마케도니아는 1993년에 구(舊)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공화국(FYROM)이라는 이름으로 유엔에 가입했으나, 이후 그리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2008년 나토 가입 문턱에서 좌절했고, EU 가입을 위한 절차에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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