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직원호칭 단순화' 난항…직급 단순화 우려에 논란
'과장·차장·부부장→매니저', '행원·대리→파트너' 내달 변경 추진
노조 반대에 내부 논의 거쳐 도입 여부 결정하기로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한혜원 기자 = 신한은행이 원활한 소통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호칭 단순화가 직원들의 반발에 진통을 겪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다음달 2일부터 본부 부서에 한해 호칭을 단순화하기로 했다.
부부장, 차장, 과장은 '매니저'로, 대리와 행원은 '파트너'로 변경할 예정이었다.
사내 메신저에 단순화된 호칭을 반영하고 직원들 명함을 새롭게 제작할 계획도 수립했다.
이는 호칭만 바꾸는 것으로 내규상 직급이나 인사평가 시스템상 변화는 없다고 신한은행 측은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이에 앞서 지난해 하반기 디지털그룹과 ICT(정보통신기술)그룹에 '수석'과 '선임'이라는 호칭을 도입해 시범 운영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이번 조치가 수평적인 조직 문화와 원활한 소통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행원, 대리, 차장, 부부장, 부장 등 전통적인 직급 체계를 운영하는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신한은행의 이번 시도는 파격적이라고 할 만하다. 시중은행 중에서 직급이 아닌 호칭을 단순화한 곳도 없다.
보험이나 카드업계에서는 일부 회사가 책임, 수석 등으로 단순화된 직급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이번 조치는 경영기획그룹의 리디파인(Redefine)부에서 추진하고 있어 은행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리디파인부는 은행장이 역점을 두는 사안에 대한 전략을 짜는 부서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리디파인 신한'을 전략목표로 삼고 금융업의 변화를 주도하자고 강조했다.
직원들은 이런 호칭 단순화에 반발이 적지 않다. '직함을 통일한다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조성되느냐', '매니저와 파트너란 호칭의 상하가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에서부터 다양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인사 적체로 승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호칭을 단순화하면 직원들 사기가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나아가 호칭 단순화가 향후 직급 단순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어 신한은행 노조는 반대 의견을 사측에 전달했다.
신한은행 노조 관계자는 "은행은 직급 체계를 변경할 의향이 없다고 하지만 앞으로 일하는 형태가 바뀌면 현재와 같은 직급 체계가 무너질 수 있어 향후 직급 체계 단순화가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호칭 단순화는 노사간 충분히 논의해서 향후에 고민할 사항이지 이렇게 빨리 시행할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은 이에 대해 "7월에 인사이동이 있어 호칭 단순화를 추진하려고 했으나 노조에서 반대하고 있어 일단 내부 논의를 거쳐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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