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In] 갈 곳 막힌 '라돈침대'…당진 야적장 vs 천안 공장
"우리 지역은 안돼"…당진 야적장·대진침대 천안본사 주변 주민 반발
원자력안전위 "야적 매트리스 방사선량 자연방사선 수준"
(천안=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 전국에서 수거된 폐암 유발 물질인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매트리스가 주민 반발로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방사선 노출이 우려된다"며 매트리스를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서 정부와 대진침대 측이 난감해 하고 있다.
◇ "왜 당진이냐"…주민 반발
원자력안전위원회와 대진침대는 전국에서 리콜된 4만8천여장의 라돈 매트리스를 수거해 충남 당진시 송악읍 동부항만 고철야적장에 야적하기로 합의했다. 주민들에게는 사전에 이렇다 할 협의 없이 이 일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현재 당진 동부항만에는 1만6천여장의 매트리스가 쌓여 있다.
이런 사실이 뒤늦게 전해지자 당진 주민들이 지난 17일 고철야적장 입구를 봉쇄하면서 더 이상의 매트리스 유입이 중단됐다.
주민들은 26일까지 해당 매트리스를 다른 곳으로 치우지 않으면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주민들과 협상을 했고, 결국 동부항만에 있는 매트리스를 대진침대 천안 본사로 이전키로 합의했다.
라돈 매트리스의 당진 동부항만 유입이 막히자 전국에서 수거된 일부 물량은 계속 천안 본사로 들여와 해체작업이 진행됐다.
◇ "우리가 봉이냐" 천안 주민도 반발
당진에 이어 천안지역 주민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당진 야적장에 있던 문제의 라돈 매트리스가 천안시 직산읍 대진침대 본사로 옮겨져 해체작업이 진행될 것이란 보도를 접한 지역 주민들이 반발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전국에서 리콜받은 물품을 천안 본사로 가져와 해체작업을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당진에서 야적된 물량까지 이곳으로 옮겨와 해체작업을 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직산읍 판정리 주민 20여명은 지난 25일 오전 대진침대 천안본사 입구에서 라돈침대 유입을 막고 있다.
주민들은 "당진 야적장의 매트리스 유입을 절대 용인할 수 없다. 기존에 이곳으로 들어온 2만여장의 매트리스까지 모두 다른 것으로 가져가라"고 촉구했다. 공장 내 해체작업도 중단도 요구했다.
이 때문에 현재 매트리스 유입과 공장 내 해체작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철하 판정리 이장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야적된 매트리스에서는 방사선 유출로 인한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사전에 양해도 없이 전국의 모든 라돈 매트리스를 이곳에서 해체하는 것은 주민 건강상 용납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 원안위 "야외보관 대진침대 매트리스 방사선량, 자연방사선 수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전국적으로 9만2천여건의 매트리스 수거 요청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지난 16∼17일 우정사업본부를 통해 3만8천484개의 라돈 검출 매트리스가 수거됐다.
중복신청 2만9천개, 정부누락 6천개, 모나자이트 미함유 모델 9천개를 제외한 4만8천여개의 매트리스가 수거 대상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아직도 1만여장의 라돈 검출 매트리스가 수거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원안위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야적된 매트리스의 안전성 확인을 위해 당진항 및 천안 대진침대 본사 매트리스 적재장 주변의 방사선량을 측정한 결과 자연방사선 배경준위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방사선 영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원안위는 그러면서 "야적 매트리스에 비닐을 씌으면 외부로 라돈 방출이 99% 이상 차단된다"며 "이렇게 가는 곳마다 주민들이 반발하면 어디에서 해체작업을 해야 하느냐"고 고충을 털어놨다.
정부는 대진침대 본사가 있는 천안지역 주민들과 계속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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