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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 "문학 몰락한 시대…추리 기법 도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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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 "문학 몰락한 시대…추리 기법 도전했죠"
신작 '구월의 살인' 출간…"새로운 이야기 방식 고민"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미실'로 유명한 소설가 김별아(49)가 열네 번째 장편소설 '구월의 살인'(해냄)을 펴냈다.
이 소설은 조선 효종(1649) 시대를 배경으로 '구월'이라는 여성의 복수와 이 살인사건을 둘러싼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역사소설이지만 시신을 살펴 조사하는 형조 관원을 주요 인물로 등장시켜 미국 드라마 'CSI' 같은 법의학, 과학수사 이야기를 녹였다.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소설이란 장르 자체에 대한 고민과 무력감에서 출발했다. 소설을 써도 출판 자체가 용이하지 않고, 출간을 해도 독자들과 만나기 쉽지 않은 것이 문학의 현실이다. '무엇을 쓰는가'보다 '어떻게 쓰는가'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이번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전에는 어떤 주제를 가지고 역사에서 사건이나 이야기를 끌어내는 편이었는데, 이번엔 독자 입장에서 몰입하고 끌려갈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추리 기법을 시도했다. 세상에 재미있는 것들이 널려있고 감각적·자극적인 것들이 손쉬운 방식으로 다가오는데, 과연 문자 언어, 문학이라는 것을 통해 이야기한다는 게 어떤 것일까 생각하다 추리 기법을 실험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역사 속 인물 이야기를 많이 쓴 그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TMI'(Too Much Information)라고 할 정도로 많은 정보를 넣는 게 내가 역사소설을 쓰는 방식이었는데, 이번에는 정보를 주지 않고 사건이 터진 뒤 독자들이 읽으며 같이 움직이는 방식을 고민했다. 패를 안 보여주려고 독자와 밀당하는 즐거움이 상당히 있었다. 'CSI'와 법의학을 좋아해서 관련 책을 많이 봤는데, 드디어 써먹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이야기의 단초를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았다. 실록에는 효종 즉위년에 주인을 죽인 여종 '구월'에 관한 기록이 짤막하게 나와 있다. 이 내용을 토대로 승정원일기를 뒤져 40여개 기사를 찾았다고 한다.
"승정원일기는 지금 속도로 번역하면 완역하는 데 82년이 걸린대요. 그래서 한문학을 하는 분 도움을 받아 구월 사건 관련 부분을 번역해 봤는데, 이 사건이 설왕설래가 많더라고요. 특히 관심을 가진 부분이 양란 이후 근대의 문턱에서 사회가 오히려 굉장히 보수화됐다는 거예요. 주인과 노비의 구별, 남녀유별·차별, 적서차별 등 모든 것들이 심해져요. 그러면서 백성들 사이에 사적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팽배해지고, 검계나 살주계가 생겨 폭력배들이 조선 뒷골목에 나타나기 시작해요. 그런 상황을 재미있게 쓰고 싶었죠."
그동안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많이 쓴 그는 이번 소설 주인공 구월을 "다음 시대 저항의 전초, 반항의 전초 같은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나는 자기 운명을 거스르는, 설령 끝이 파멸이거나 예정된 실패라도 끝까지 달려가는 사람들을 좋아하는데, 구월도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을 실행한 인물이어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거대 역사 속에 누락되거나 다른 작가들이 보지 못하는 갈피에 숨어있는 사람들에 계속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시대 어휘를 풍부하게 살린 특유의 문체에 관해서는 "우리가 살아보지 않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독자들이 단 한 순간이라도 300∼400년 전으로 가서 느끼게 하고 싶은 바람이 크다. 그때의 공기를 느낄 수 있도록 감각을 자극할 수 있는 언어, 단어를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우리가 사는 현대의 삶이 너무나 얄팍하기에 과거를 두텁게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역사를 얘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맺는말로 문학의 '몰락'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한국문학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얼마 전에 제가 신인작가들의 첫 책 발간을 지원하는 심사를 했는데, 젊은 친구들이 정말 힘들겠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저는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얘기들을 20여 년간 소설이란 방식으로 할 수 있어서 굉장히 행복했던 것 같은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책을 출판하고 독자를 만날 기회가 너무나 없지요. 이런 험난한 시대에도 젊은 친구들이 참 빛나는 작품들을 쓰는구나 싶어 참 감동적이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작가들이 위축되고 작품이 적어지는 게 궁극적으로는 문화적, 사회적으로 손해임에도 이 몰락 속도를 조절할 수 없다는 게 한 작가로서,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안타까워요. 그래도 여전히 열심히 쓰는 작가들이 있으니 한국문학을 열심히 읽어줬으면 좋겠습니다."
mi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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