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역전쟁 보도지침 "확전 보도 피하되 끝까지 갈 각오하라"
지구전 대비…류허 "실제로는 중국굴기 공격전…우물쭈물해선 안돼"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당국이 최근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한 보도를 축소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첨단 제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대한 홍보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성도(星島)일보는 최근 중국 공산당 선전당국이 각 매체에 미중 무역전쟁 전선을 확대해 보도하지 말라는 등의 지침을 내렸다고 26일 보도했다.
지침에는 "끝까지 갈 각오를 하라"는 류허(劉鶴) 부총리의 내부 발언도 포함돼 있어 전쟁을 꺼린다는 뜻보다는 지구전 체제로 들어가려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최근 중국 인터넷에는 미중 무역전쟁 관련 뉴스를 어떻게 보도할지를 지시하며 세가지 형태의 전재보도를 금지한 선전당국의 통지문이 유포되고 있다.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미국 정부부처 대변인, 고위관리의 발언 및 논평을 그대로 보도하지 말도록 했다. 또 미국 언론매체의 무역전쟁 관련 보도 및 평론을 그대로 싣지 말고, 중국 상무부의 답변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도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저속한 공격으로 욕설전이 돼선 안된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지침은 또 무역전쟁의 '지구전' 준비를 갖춰야 한다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그대로 따라가는 보도를 삼가고 주식시장과 무역전쟁의 연관 관계를 강조하지 말라고도 했다.
통지문에는 무역전쟁의 중국측 사령관 격인 류 부총리의 전의를 불태우는 출사표도 포함돼 있다.
류 부총리는 "무역전쟁은 실제로는 '중국 굴기'(堀起)를 공격하는 전쟁"이라며 "누가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 지켜보자. 결코 우물쭈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이성과 냉정이 필요한 단계가 있다"며 "각 부문은 서로 협의해 시장을 안정시키고 상대를 겨냥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 여론의 긍정적 측면을 파악해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고 갈등 범위를 확대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지침의 말미에는 '중국제조 2025' 정책을 강조해 언급하지 말라는 주문과 함께 이를 어길 경우 견책당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로이터통신도 미국이 '중국제조 2025' 계획을 무역전쟁의 도화선으로 삼아 대중 공세와 압박을 강화하자 중국 학계와 언론계에서는 '중국제조 2025'에 대한 홍보와 선전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1∼5월 사이 '중국제조 2025'를 140차례나 언급하며 보도했으나 지난 5일부터 이 용어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달 28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과학원·중국공정원 원사(院士)대회에서 '중국제조 2025'를 언급하지 않았다.
한 소식통은 "공개적으로 '중국제조 2025' 추진을 강조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중국 당국자의 지적이 있었다"며 "국제적 압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정책적 조정이 진행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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