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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피란민 30만명…나이지리아 유목민 vs 농경민 살육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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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피란민 30만명…나이지리아 유목민 vs 농경민 살육참극
'땅과 물' 위한 생존투쟁…기독교-무슬림 종교갈등 비화
기습·잔혹행위·보복 악순환…정부는 '범죄자 처벌' 공염불 반복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아프리카 나이지리아가 중부 지역의 부족갈등 때문에 피로 얼룩지고 있다.
땅과 물을 찾아 경작지를 확대해가는 농경민과 이에 저항하는 유목민의 충돌이 되풀이돼 올해만 500여명이 죽고 수십만명이 피란했다.


이들 부족의 갈등은 목축과 농경이라는 다른 삶의 형태뿐만 아니라 이슬람과 기독교라는 종교의 차이를 따라 점점 악화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나이지리아 중부 플래토 주 몇몇 마을에서 최소 86명이 살해됐다.
이는 유목, 농경민 충돌 가운데 가장 비극적 참사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다.
무슬림인 풀라니 족 유목민 수십명이 무장을 하고 이달 22일과 23일 밤중에 다수 마을을 기습했다.
이들은 총을 쏘며 주택을 불태웠고 잠을 자던 크리스천 농경민인 베롬 족 민간인들을 사살했다.
피의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무장 유목민의 살육에 베롬 족 젊은이들이 반격에 나서 도로를 차단하고 무슬림이나 풀라니 족으로 여겨지는 사람을 살해했다.


이처럼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 천연자원을 놓고 유목민과 농경민들이 충돌하는 일은 꽤 오래됐다.
이웃나라 말리의 경우 지난 24일 토지 소유권을 둘러싼 충돌이 빚어져 30여 명의 유목민과 자녀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정부 관리들이 말했다.
이런 유목민과 농경민의 충돌 문제는 특히 나이지리아 중부 지역에서 심하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데 반해 경작지는 줄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농경민들은 유목민들이 수백 년 동안 사용했던 토지를 점유하기 시작했다.
최근의 폭력 사태는 풀라니 족 유목민과 기독교 농경민이 거주하는 중부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중부 지역의 중심부인 베누에 주에서는 마을 50곳이 무장한 남성들의 공격을 받았고 그만큼의 다른 마을이 피격 우려에 텅 빈 마을이 됐다.
특히 올해 1월에는 베누에 주에서 군중이 풀라니 족 7명을 불태워 죽이는 끔찍한 사건까지 불거졌다.
나이지리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베누에 주에서 30만 명 이상이 폭력 사태를 피해 정부가 운영하는 난민캠프 등지로 피란했다.


나이지리아에서 가장 인종구성이 복잡한 플래토 주에서는 토착민과 천연자원을 찾아 나선 사람들 사이의 충돌이 10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2001년부터 2011년 사이 7천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에 뜸하기는 했으나 도시와 주변 마을이 기독교, 이슬람 등 종교에 따라 분리된 상황에서 언제라도 대형 참사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유목민과 농경민의 충돌이 끊이지 않자 2015년 집권하면서 안전을 강조한 무함마두 부하리 대통령 정부가 곤혹스러운 지경에 빠졌다.
많은 나이지리아인은 부하리 정부가 민간의 안전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무슬림이면서 풀라니 족 출신 부하리 대통령은 농경민들에 대한 공격을 방조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크리스천인 예미 오신바조 부통령은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부하리 대통령은 지난주 폭력사태에 대해 "살인자와 범죄 집단, 그리고 이들을 후원하는 모든 이들이 무력화되고 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원론적인 말을 되풀이했다.


ky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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