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자랑거리 전기차·자전거공유시스템 '해체위기'
공용전기차 적자 '눈덩이'…파리시, 예산지원 거부하고 계약해지
공용자전거시스템 '벨리브'도 운영사 바뀌고 서비스 부진…불만 폭주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파리시가 도심의 교통체증을 줄이고 환경에도 좋다고 홍보해온 전기차와 자전거 공유시스템이 비효율과 적자누적으로 해체위기에 내몰렸다.
파리시는 22일(현지시간) 전기차 공유시스템인 오토리브(Autolib)의 운영사 볼로레와의 계약을 해지했다고 발표했다.
파리시와 수도권 100여 개 지자체는 볼로레 측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2억3천300만 유로(3천21억원)의 예산지원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고 2023년까지였던 계약도 파기해버렸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사회당)은 볼로레의 예산지원 요구에 대해 "가당치도 않은 일"이라고 일축했다.
2011년 '세계 최초'라는 찬사 속에 출범한 오토리브는 15만 명의 정기이용자를 둔 파리의 전기차 공유시스템이다.
오토리브가 보유한 4천대의 은회색 소형 전기차는 파리의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중적인 교통수단이었다.
하지만 친환경과 교통수단 공유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한다는 평가 뒤에는 불편함과 비효율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수요가 많은 파리 도심지역에서 이용자가 차를 빌린 뒤 수요가 거의 없는 교외에서 차를 다 쓰고 주차하는 경우가 많아서 수요-공급의 심각한 불균형 문제가 발생했다.
아울러 우버 등 다른 교통수단이 인기를 끌면서 차량관리와 위생문제 지적이 끊이지 않은 오토리브의 채산성은 더욱 악화했다.
볼로레에 따르면 오토리브의 누적 적자는 볼로레의 2023년까지 총 2억9천300만 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파리시는 볼로레와의 계약을 해지한 뒤 새로운 운영사를 찾는 한편, 현재 시내 3천200곳에 설치된 오토리브 전용 충전시설을 일반 전기차 이용자에게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오토리브의 직원 250명은 해고 위기에 내몰렸다.
볼로레 측은 파리시의 예산지원 거부와 계약해지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하고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파리시와 운영사 모두가 각자의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간 르몽드는 사설에서 "파리시는 사업의 수익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고, 볼로레는 공공서비스라는 측면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교통수단 공유체제와 관련한 파리시의 정책이 실패로 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파리의 공용자전거 벨리브(Velib)는 올해 초 운영사를 바꾼 뒤 부진의 늪에 빠졌다. 파리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벨리브 자전거는 현재는 시내에서 거의 사라져버린 상태다.
새 운영사인 스모벤고는 3월 말까지 1천400곳의 자전거 스테이션 설치를 약속했지만, 현재 설치율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아울러 스모벤고는 전기 자전거도 대거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각종 오류와 고장이 발견되면서 서비스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20만 명에 달하는 정기이용자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스모벤고는 파업에 참여한 30명의 벨리브 직원들을 해고해 법정 다툼에 들어갔다.
벨리브와 오토리브의 실패는 2020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이달고 시장에게는 최대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고 시장의 교통정책을 비판해온 라시다 다티 파리 7구청장(전 법무장관)은 유럽 1 방송에 출연해 "차량을 줄이고 대안 교통수단을 더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차는 더 많아지고, 벨리브도 오토리브도 없다. 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 지하철, 열차, 전차만 있었던 1950년대로 돌아가자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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