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친밀한 적'…16강 기로서 조국에 맞서는 케이로스 감독
1승 1패 이란, 26일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3차전
감독이 조국과 대결하는 20번째 월드컵 경기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얄궂은 운명이다. 16강 진출이냐, 조별리그 탈락이냐의 중대한 갈림길에서 조국과 맞닥뜨렸다.
포르투갈 출신 카를로스 케이로스(65) 감독이 이끄는 이란 축구대표팀은 오는 26일 포르투갈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B조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모로코를 1-0으로 꺾고 스페인에 0-1로 진 이란은 1승 1패로, 스페인·포르투갈(이상 1승 1무)에 이어 조 3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란이 포르투갈을 꺾으면 자력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패하면 이란의 이번 대회는 끝이 난다.
포르투갈도 이란에 지면 16강 진출에 실패할 수 있어 절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스페인은 이미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모로코(2패)와 경기를 남겨뒀다.
이란은 케이로스 감독의 조국을 넘어서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친밀한 적'(Intimate Enemy)이라는 제목으로 이번 대결을 미리 조명했다.
이란-포르투갈전은 월드컵에서 감독이 조국과 적으로 만나는 20번째 경기다.
1938년 프랑스 대회에서 스웨덴 대표팀을 이끌고 헝가리와 싸운 요제프 나지(헝가리) 감독이 시작이다. 당시 스웨덴은 헝가리에 1-5로 졌다.
최근에는 독일 출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미국 대표팀을 이끌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과 싸워 0-1로 패한 바 있다.
스웨덴 출신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은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으로 2002년 한일 대회, 2006년 독일 대회 조별리그에서 2회 연속 조국 스웨덴에 맞서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두 팀은 2002년 1-1, 2006년에는 2-2로 두 차례 모두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월드컵에서 조국과 대결해 승리한 감독은 다섯 명뿐이다.
프랑스 출신 브뤼노 메추 감독은 세네갈 지휘봉을 잡고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를 1-0으로 꺾는 대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조국과 맞선 감독들의 19경기 성적은 5승 3무 11패로 승률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케이로스 감독은 "포르투갈 출신 지도자로서 이번 경기는 내게도, 우리 선수들에게도 기회이자 아주 특별한 순간이다"라면서 "하지만 이건 그냥 누가 이기고, 누가 필드에서 더 나은 플레이를 하느냐를 결정하는 축구일 뿐이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포르투갈 대표팀과 스페인 명문클럽 레알 마드리드에서 지휘봉을 잡고, 잉글랜드 강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는 수석코치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보좌했던 케이로스 감독은 2011년부터 이란 대표팀을 맡아 아시아축구 정상을 지켜가고 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질식수비'를 바탕으로 강호들과 대등한 경기를 하며 이란 축구에 대한 재평가를 끌어내고 있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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