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관저 엘리제궁, '나이트클럽 탈바꿈'
'음악 축제의 날' 시민 1천500명 초청…일레트로닉 음악의 향연 펼쳐져
마크롱 대통령, 리듬에 맞춰 춤추기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대통령의 집무실 겸 관저인 엘리제 궁이 하루 동안 흥겨운 나이트클럽으로 탈바꿈했다.
파리 중심가의 엘리제 궁은 21일 저녁(현시지간) '음악 축제의 날'(Fete de la Musique)을 맞아 유명 DJ들을 초청해 앞뜰을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현란한 사이키델릭 조명과 고막을 두드리는 강렬한 EDM(일렉트로닉댄스음악) 사운드가 고풍스러운 18세기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엘리제 궁을 가득 채웠다.
사전에 온라인으로 참석을 신청해 보안 절차를 통과한 1천500여 명의 시민들은 처음에는 엘리제궁의 위엄에 압도된 듯 어색한 모습이었지만, 이내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엘리제 궁의 주인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부부도 참석해 시민들과 악수를 하고 사진을 함께 찍는 등 유쾌한 모습이었다. 마크롱은 흥겨운 듯 잠시 리듬에 몸을 맡기기도 했다.
1718년 프랑스 건축가 아르망-클로드 몰레가 설계한 엘리제 궁은 신축 당시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저택'이라는 명성을 얻을 정도로 미학적 가치가 높은 건축유산이다.
프랑스 정부는 엘리제 궁을 매년 문화유산의 날에 시민에게 공개하고 있지만, 이처럼 DJ와 시민들을 초청해 파티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엘리제 궁은 이번 축제를 위해 비지 P(Busy P), 카빈스키, 키디 스마일, 장미셸 자르 등 프랑스 유명 DJ와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을 초청하는 한편 무알코올 맥주와 간단한 음식도 준비해 판매했다.
엘리제 궁이 흥겨움으로만 가득 찬 것은 아니었다.
행사에 참석한 유명 DJ 키디 스마일은 '이민자의 아들, 흑인이거나 X자식이거나'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등장해 잠시 긴장감이 흘렀다.
스마일은 평소 현 정부의 다소 보수적인 난민정책에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민자들에 대한 탄압에 반대한다"면서 행사 참석 사례금으로 받은 1천500 유로(200만원 상당)를 난민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저녁 8시부터 시작한 축제는 자정 무렵 끝났다.
행사 막바지에 일부 시민들은 인사를 하러 관저에서 나온 대통령 부부에게 "노래! 노래!"를 연호하며 한 곡을 불러달라고 청했지만, 마크롱은 노래 대신 웃음으로 손님들을 배웅한 뒤 관저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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