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초고가 '똑똑한 한 채' 과세 우대, 공평한가
(서울=연합뉴스) 정부 부동산 보유세 개편의 밑그림이 나왔다. 보유세 가운데 재산세는 그대로 두고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도입됐다가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으로 크게 완화된 종합부동산세를 다시 강화하는 내용이다. 개편안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만들어 정책토론회 발제 형식으로 공개됐다. 개편안은 토론회에서 의견수렴을 거친 뒤 오는 28일 재정개혁특위 최종 권고안으로 확정돼 정부에 제출된다. 정부는 이를 7월 말 발표할 세제개편안과 중장기 조세정책에 반영해 국회 입법절차를 거쳐 내년에 시행할 예정이다.
개편안은 공정시장가액 비율 인상, 세율 누진율 강화, 두 가지를 조합하는 방안, 1주택자와 다주택자에 차등과세하는 방안 등 4개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 현행 주택 종부세는 공시가격에서 6억 원(1주택은 9억 원)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 비율과 세율을 곱해 산출한다. 따라서 공정시장가액 비율(현행 80%) 또는 세율(현행 0.5∼2%)을 높이거나, 둘 모두를 높이면 종부세는 늘어난다. 재정개혁특위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연간 10%씩 100%까지 올리는 방안을 내놨다. 누진도를 높여 세율을 0.5∼2.5%로 올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두 가지 조합을 적용하면 시가 10억∼30억 원 기준 1주택 소유자는 세 부담이 최대 25.1%, 다주택자는 최대 37.7%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과세대상도 주택 보유자 27만3천 명, 토지 보유자 7만5천 명에 달한다. 다만, 비율·세율 둘을 모두 올리는 시나리오가 그대로 세제개편에 반영될지는 불확실해 종부세가 10여 년 전의 영향력을 되찾을 것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개편안에서 1주택자와 다주택자 간의 과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특위는 1주택 소유자에게는 공정시장가액 비율만 올리되 다주택자에게는 이 비율과 세율을 함께 올려 차등과세하는 방안을 시나리오의 하나로 제시했다. 1주택자는 실거주자로 보고 투기성향이 짙은 다주택자에 비해 우대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5억짜리 집 5채를 가진 사람에 대해서는 과세를 강화하면서 25억짜리 1채를 가진 사람의 세금은 그대로 유지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을 계기로 서울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의 다주택자 가운데 이미 '똑똑한 한 채'로 갈아탄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실수요자와 투기 수요자에 차등과세하는 것은 정책 목적상 필요할지 모르지만, 몇십 억 대 초고가 한 채에 대해서까지 우대하는 것은 찬성하기 어렵다. 차등과세 상한선을 두고 그 이상의 초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균등과세 검토를 제안한다.
종부세 강화가 주택시장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현재 주택시장은 전반적으로 다소 침체한 분위기다. 시장이 과도하게 가라앉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보유세 강화 개편을 계기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거래세를 낮출 필요가 있는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거래세를 낮춰 거래가 활성화되면 세수가 줄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교하게 따져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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