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무차별 M&A 막자"…미·유럽 등 정부 개입 강화
기술유출 우려, 일본 포함 첫 국제투자규제 협정 추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서방세계가 중국 기업의 외국 기업 인수·합병(M&A)을 저지하기 위해 정부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정부 기관의 심사를 강화했고 유럽은 통일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을 포함한 국제협력의 틀을 만들기 위한 논의도 시작됐다.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M&A는 국가간 패권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 시장에 불공정 상거래 관행이 남아 있다며 강경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미·중 무역마찰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영역에서도 기술패권을 둘러싼 '디지털 냉전'이 시작됐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0일 지적했다.
중국 기업의 해외 M&A는 올 1-3월 257억 달러(약 28조5천억 원)로 피크였던 2016년 동기 실적 854억 달러(약 94조7천500억 원)에 비해 70& 정도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미국과 유럽에서 모두 80-90% 줄었다. 4월에는 미국과 유럽을 합해 2억 달러로까지 쪼그라 들었다. 중국 기업의 M&A가 사실상 중단된 셈이다.
미국과 유럽 정부의 '봉쇄'가 주된 요인이다. 업종별로는 기술유출로 이어지기 쉬운 첨단기업 인수가 급감했다. 중국 기업의 미국과 유럽 첨단기업 M&A는 지난 4-5월 7건에 그쳐 피크이던 2016년 4-6월(21건)에 비해 70% 가까이 감소했다.
미국은 외국기업의 M&A를 안보 관점에서 심사하는 조직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활용하고 있다. CFIUS는 최근 중국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디지털 결제업체 앤트파이낸셜의 미 송금회사 머니그램 인수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머니그램 은 취급점포 대부분이 미군기지 옆에 있어 군 관계자의 송금데이터를 파악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라는 산업진흥정책을 통해 기술패권을 넘보고 있다. 중국 기업의 M&A를 방치하면 "미국의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첨단기술이 군사목적에 전용될 수 있다"(예일대 로버트 윌리엄스 교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5일 "중국 투자 규제"를 공개적으로 언급, 규제를 더 강화할 것임을 내비쳤다.
유럽에서도 경계감이 확산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작년에 정부 제조업혁신 프로젝트를 주도해온 독일 최대 산업용 로봇메이커 쿠카(Kuka)가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美的)에 45억 유로에 넘어갔다. 이후 독일 정부는 작년 7월 외국무역법을 개정, M&A 등 투자 때 사전신고가 필요한 업종에 무기제조에 전용이 가능한 제조장치 등을 포함시키는 한편 심사기간도 늘렸다. 영국과 프랑스도 외국자본에 의한 인수합병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차원의 통일규제방안 마련도 추진되고 있다. 유럽위원회는 작년 9월 역외기업에 의한 유럽기업 인수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스크리닝' 제도를 회원국에 제안했다. 인프라와 하이테크, 안보 등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다루는 기업이 대상이다. 이 제도를 통해 '감시의 눈'을 통일, 중요 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국제협력의 틀 마련도 추진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은 지난달 각료급 회의에서 중국을 염두에 두고 기술과 지적재산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M&A 저지방안을 협의했다. 현재 어떤 정보를 교환할지 등에 관한 실무차원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무기와 원자력 물질 및 기술 수출에 대한 국제적 규제 시스템은 있지만 M&A 등이 제도의 맹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공동보조를 취하면 투자에 관한 국제적인 규제협정이 처음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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