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쌓듯 접어 만든 소프트로봇, 음악에 맞춰 춤춘다
KIST 임세혁 박사 "영화대사·음악 맞춰 동작…문화·예술분야 활용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종이보드나 필름 같은 부드러운 소재를 쌓듯이 접어서 3차원 형상의 소프트로봇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소프트로봇은 영화 대사나 음악 등에 맞춰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단 임세혁 박사팀은 전산 알고리즘을 이용해 설계한 종이전개도를 프린터로 출력하고, 이를 쌓듯이 접어서 3차원 형상의 소프트로봇을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종이보드나 필름 같은 저가 소재를 자르고 접어서 만드는 소형 로봇은 짧은 제작시간과 적은 제작비용, 대량생산 가능성으로 많이 연구되고 있다. 이런 소형 로봇은 열이나 자기장, 습도변화 등에 의해 스스로 접히는 '4D 프린팅' 기술과 접목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임 박사팀은 이 연구에서 컴퓨터로 설계해 출력한 종이전개도를 입체로 만드는 방식으로 '적층형 자가접기'(additive self-folding) 기술을 창안해냈다.
원하는 로봇의 3차원 형상과 구현하고자 하는 동작을 사전에 설계해 종이전개도를 만들고, 이를 프린트해 잘라낸 다음 설계도에 따라 선을 끼우고 잡아당기면 종이가 용수철처럼 쌓이듯 접히면서 3차원 입체가 된다.
이렇게 만든 소프트로봇은 몸체가 부드럽고 유연하며 외부 충격에 강하다. 또 잡아당기면 종이가 자동으로 접히게 하는 선은 소프트로봇의 움직임을 조종하는 선 역할도 한다.
연구진은 사람 얼굴 형태의 소프트로봇을 만들어 영화 대사에 따라 말하듯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오페라 등 음악에 맞춰 유연하게 동작하게 하는 '오디오-애니메트로닉스'(audio-animatronics)를 시연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은 기존 방식보다 더 저렴하고 용이하게 소프트로봇을 구현할 수 있다며 영화·엔터테인먼트 사업 및 예술 분야까지 활용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놀이공원 등의 동물이나 공룡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로봇으로 만들거나 애니메이션 영화용 로봇 제작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세혁 박사는 "탄성이 있는 평면 소재는 무엇이든 사용할 수 있고 원하는 소프트로봇의 디자인과 기능에 따라 최적의 설계를 할 수 있다"며 "이 소프트로봇 기술에 최근 급격히 발전하는 대화형 인공지능기술을 융합하면 개인·서비스 로봇 관련 산업에도 광범위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로봇 분야 국제학술지 '국제로봇연구 저널'(The International Journal of Robotics Research)에 게재됐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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