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당국, 아동격리 '텐트시티' 사진공개…38℃ 사막 한가운데
부모와 강제로 떨어진 아이들 임시거처…"4천명 수용"
보건복지부 "부드러운 구조물…에어컨 설비 갖췄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불법 이민자 부모와 아동을 격리하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부모에게서 억지로 떼어낸 아이들을 임시로 보호하는 수용시설 사진을 공개했다.
19일(현지시간) ABC뉴스 등 미 방송에 따르면 보건복지부(HHS)가 공개한 사진은 텍사스 주 남부 멕시코 접경 도시인 엘패소에서 약 60㎞ 떨어진 토닐로 통관항에 있는 이른바 '텐트시티'다.
미 국경 보안을 책임지는 세관국경보호국(CBP)이 불법 이민자를 체포해 구금하다가 부모가 기소돼 구치소로 이감되고 나면 남은 아이들을 수용하는 책임은 보건복지부가 떠맡게 된다.
이 부처는 그동안 텍사스 브라운즈빌의 옛 월마트 부지 등에 임시 보호시설을 만들어 1천500여 명의 아동과 청소년을 수용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7일부터 제프 세션스 미 법무부 장관이 연방검사들에게 불법 이민자 전원 기소 지침을 하달하면서 부모로부터 격리되는 아동의 수가 급증해 기존 보호시설을 이미 꽉 채운 상태다.
미 언론은 지난달 중순 이후 격리된 이민자 아동 수가 2천 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수용 시설이 모자라자 미 보건당국이 임시로 마련한 시설이 토닐로 통관항의 텐트시티다.
항공 사진을 보면 여러 텐트가 군대 막사처럼 늘어서 있다. 하얀색 텐트 지붕 사이로 수십 명의 이민자 아동·청소년들이 줄지어 걸어가는 모습도 보인다.
현지에서는 이곳을 마르셀리노 세르나 통관항(PO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내부 사진에는 수용된 아동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아마도 아이들이 수용되기 이전에 미리 언론 공개용으로 찍어놓은 사진인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 다녀온 텍사스 주의 윌 허드(공화당) 의원은 "이곳은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16∼17세 남자 청소년들이 머무는 곳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허드 의원은 "부모 없이 단신으로 국경을 넘어오다 붙잡힌 청소년들이 있는 곳이라서 부모-아동 격리 정책과는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텐트시티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현재 텍사스 주 남부 도시 맥앨런에 수용된 이민자 아동들이 갈 곳이 없어질 경우 이곳으로 보내질 가능성이 크다고 ABC 뉴스는 관측했다.
내부 사진을 보면 비교적 깔끔하게 정돈된 2층 침대가 줄지어 있고 대형 천막 안에는 아이들의 법적 절차를 진행할 행정센터도 마련됐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진도 상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세관국경보호국이 공개한 맥앨런의 이민자 처리 센터는 철망으로 겹겹이 에워싼 감방 형태의 보호시설로, 수용자들이 콘크리트 맨바닥에다 매트리스만 깔고 지내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토닐로 통관항이 위치한 지역은 사막 한가운데여서 통상 기온이 섭씨 37∼38도까지 올라간다. 따라서 냉방시설이 갖춰져 있는지가 관건이다.
보건복지부의 한 대변인은 '아이들을 천막에 수용하느냐'는 지적에 "임시보호소는 부드러운 소재의 구조물이며, 에어컨도 갖출 것"이라고 답했다.
지역 의원들은 냉방시설 배관으로 보이는 큰 배기통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곳을 지역구로 둔 메리 곤살레스(민주) 주 하원의원은 "그곳은 사막에 있다. 밖에 나가서는 갈 데가 정말로 없다"고 우려했다.
엘패소가 지역구인 베토 오루케 주 의원은 "현재 이곳에는 100여 명의 아이들이 기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체 수용 규모는 4천 명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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