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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다 버릴수도 없고"…'라돈' 라텍스 구매자 분통
방사선법 적용대상 빠져 수거·보상 전무…판매처 '묵묵부답'
피해호소 온라인 카페 가입 폭주…측정기 대여 문의도 쇄도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몸에 좋다길래 해외에서 사 온 라텍스가 라돈 침대라니…함부로 버릴 수도 없고 어쩌죠?"
경기 성남시에 사는 강모(40·여)씨는 2015년 2월 태국 여행을 갔다가 500만원 상당에 구매한 라텍스 침대와 베개를 비닐봉지로 밀봉해 베란다에 내놨다.
라텍스 침대에서도 라돈이 검출됐다는 환경단체의 발표를 듣고 라돈 측정기를 구해 수치를 재 본 결과 베개에서는 31.5 피코큐리(pCi/L), 매트리스 19.9 피코큐리의 라돈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이는 환경부가 지정한 다중이용시설 실내 공기 질 기준치인 4 피코큐리의 4∼8배에 근접한 수치다.
강씨는 "대형폐기물 스티커를 붙여 내다 버릴까도 생각해봤지만, 유해 물질을 그냥 내놓는 것도 마음에 걸려 일단 베란다에 뒀다"라며 "제품을 사 온 개인 잘못도 있겠지만, 국내 제품은 정부가 나서 수거를 돕고 있는데 해외 수입품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도 나와 있지 않다"라고 하소연했다.
화성시에 사는 이모(32·여)씨도 2013년 베트남에서 구매한 라텍스 침대에서 8.35 피코큐리의 라돈이 검출된 후 처리방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씨는 "아이들도 있는 집이라 남편은 당장 내다 버리자는데 길에다 내놓아도 될지 몰라 아직 버리지 못했다"라며 "외국에 있는 제조업체에 수차례 문의해 봤지만, 자체 검사에서는 라돈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답변만 반복했다"라고 토로했다.


대진침대 뿐 아니라 동남아 등 외국에서 들여온 라텍스 침대에서도 폐암 유발 물질인 라돈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용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생산품인 대진침대의 경우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을 적용받아 라돈 기준치를 넘는 제품이 속속 회수되는 반면, 외국에서 개인이 구매해 들여오는 제품은 적용대상에서 빠져 보상은커녕 폐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라텍스 제품의 라돈 논란은 지난달 30일 환경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시중에 판매되는 중국산 게르마늄 라텍스 침대에서 안전기준(148베크렐)의 7.2배에 달하는 1천75베크렐의 라돈이 검출됐다고 밝히면서 본격화됐다.
동남아 여행을 갔다가 '척추 건강에 좋다'는 가이드의 말에 혹해 라텍스 제품을 구매한 시민들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지난달 18일 개설된 라돈 방출 라텍스 사용자 온라인 카페는 개설 한 달 만에 가입자 수가 1만6천여 명을 돌파했고, 사용하던 매트리스의 라돈 수치를 측정해 공개하거나, 측정기 대여를 희망하는 등 게시물 수도 4천 건을 넘어섰다.



이달 초부터 라돈 측정기 대여 서비스를 운영 중인 수원시에도 관련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당초 시는 실내 라돈 측정기 8대를 마련했지만, 서비스 개시 직후 신청자 수백 명이 몰리면서 측정기를 16대로 늘리고 대여 기간도 이틀에서 하루로 줄였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줄여주기 위해 측정기 수를 늘렸지만,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며 "시민들이 측정한 라돈 수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따로 모아 집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라돈 라텍스 사용자들을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도 등장했다.
지난달 27일 게시된 이 청원은 "2007년 라돈 관련 정부 예산이 4대강 예산으로 깎여 제대로 된 조사와 위험물질 분류가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타 국가에 비해 위험물질을 방관한 국가의 책임을 저버리지 말아달라"라고 주장해 1천700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라텍스 제품은 개인이 해외에서 구매해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상 가공제품 안전기준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라면서도 "관계 부처와 피해 현황을 파악 중이며 가능한 조처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to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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