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4번째로 꺼낸 한미연합훈련 중단 카드…과거엔 왜 중단됐나
대화 분위기 조성 힙입어 北 비핵화 끌어내기 위한 '카드'로 활용
90년 남북총리회담·92년 IAEA 협정 서명·94년 제네바합의 계기로 중단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한미 군 당국이 북미대화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올해 8월로 예정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일시중단하기로 했다.
한미가 연합훈련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4번째로 24년 만이다. 과거 3차례의 사례는 모두 1990년대 초반에 이뤄졌다.
이번처럼 한반도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자 북한의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인 연합훈련 중단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북한은 1976년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인 '팀 스피리트'가 시작된 이후 줄곧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해왔다.
한미가 연합훈련을 처음으로 중단한 것은 1990년이다.
국제적인 탈냉전 분위기에 힘입어 그해 9월 사상 첫 남북총리회담 일정이 잡히자 한미는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8월로 예정됐던 UFG의 전신인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을 중단했다.
미국이 걸프전 참전으로 연합훈련에 힘을 쏟을 여력이 없었던 것도 중단 배경의 하나다.
남북은 연합훈련 중단 등에 힘입은 대화 분위기를 토대로 수차례의 고위급회담을 진행했고 1991년 12월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의 성과로 이어졌다.
<YNAPHOTO path='GYH2018061900020004400_P2.jpg' id='GYH20180619000200044' title='[그래픽] 한미, 8월 UFG 연합훈련 일시중단 결정' caption=' ' />
두 번째는 1992년으로, 한미는 그해 1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안전협정에 서명하고 남북 상호 핵사찰에 동의한다고 발표하자 그해 팀 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이에 즉각 환영 성명을 발표한 뒤 1월 30일 IAEA와의 핵안전협정에 서명하고 90g의 플루토늄을 보유했다고 IAEA에 신고하는 등 성의를 보였다.
그러나 IAEA 사찰결과 북한이 이보다 훨씬 많은 플루토늄을 확보했을 것으로 의심되자 특별 사찰을 요구했고 북한이 이에 반발하며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한반도에는 다시 찬 바람이 불었다.
이에 따라 1993년 팀 스피리트 훈련은 규모가 축소되기는 했지만 재개된다.
한미는 1994년 10월 북미 간에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네바 합의가 타결되자 다시 팀 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했다.
한미는 대신 1994년부터 '전시증원연습'(RSOI: Reception, Staging, Onward Movement and Integration of Forces)이라는 이름으로 팀 스피리트 훈련보다 동원되는 병력과 장비의 규모가 축소된 연합훈련을 진행했다.
한미는 1994년 이후 북핵 상황과 관계없이 연합훈련은 중단하지 않았는데,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24년 만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transi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