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중국의 '대만표기 수정' 압력에 강경 대응하나
대만 NSC 사무총장 "굴복한 외국항공사에 대한 보이콧 권고할 것"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이 외국 항공사를 대상으로 대만에 대한 표기를 '중국의 일부'로 수정할 것을 요구한 데 대해 대만이 강경 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데이비드 리 대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총장을 인용해 대만 정부가 웹사이트상에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표기하는 항공사에 대한 보이콧 운동을 하도록 자국민에게 권고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리 사무총장은 "외국의 항공사들이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은 그들의 선택이지만 우리는 우리 국민에게 그렇게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 사무총장은 중국의 도를 넘는 공격에 대해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서 대응조치에는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표기한 항공사들에 대한 법적인 조치가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리 사무총장은 "이것은 우리가 맞서 싸울 것이라는 신호"라고 강조했다고 FT는 전했다.
중국은 2016년 민진당 출신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집권한 이후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몰아가기 위해 군사, 외교적 수단을 포함해 다양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중국 민항총국(CAAC)은 지난 4월 말 외국 항공사 36곳에 공문을 보내 대만, 홍콩, 마카오가 중국과 별개의 국가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는 홈페이지 및 홍보 자료 표현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중국 민항총국은 대만을 '대만, 중국'으로 표기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에어 캐나다, 독일 루프트한자, 영국 브리티시에어 등은 이미 중국의 요구에 응해 수정작업을 완료했다.
하지만 미국 백악관은 중국의 이런 요구에 대해 "오웰리언(전체주의적) 난센스"라고 비판했으며, 미국 정부는 유나이티드에어라인, 아메리카에어라인, 델타 항공 등 자국 항공사들에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중국은 대만표기 수정 시한을 일단 6월 말로 연장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의 NSC 사무총장이 중국의 압력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만 문제 전문가인 로엔 딕키 영국 킹스칼리지대 연구원은 대만의 이런 대응조치는 중국 측에 의해 '선동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대만의 강경 대응 방침은 미국 정부가 사실상 대만 주재 대사관 역할을 하는 미국 재대만협회(AIT) 신청사를 지난주 준공한 직후 이뤄진 것이다.
2억5천500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돼 9년 만에 완공된 타이베이 네이후(內湖)구의 6.5㏊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제임스 모리아티 AIT 대표는 중국의 항공사에 대한 대만표기 요구에 대해 "정치적인 입장을 증명하기 위해 상업적인 문제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례"라면서 "대만은 중국의 일개 성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항공사 표기 압력 이외에도 대만의 외교적 공간 침해, 대만 주변에서 군사행동 강화 등 다양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마샤오광(馬曉光) 중국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지난주 "대만 문제는 중국의 주권에 핵심적인 문제이며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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