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소리 나고 불길 치솟아"…순식간에 아비규환 된 군산 주점
출입문에 인화성 물질 붓고 방화, 손님들 춤추다 옆문으로 탈출
못 빠져나온 3명은 현장서 사망, 용의자 "술값 시비로 홧김에"
(군산=연합뉴스) 최영수 임채두 정경재 기자 = "갑자기 '펑' 소리가 나더니 입구에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어요. 무대가 순식간에 연기로 뒤덮이니까 춤추던 사람들이 비명 지르며 뛰쳐나오고…."
외상값 시비 끝에 손님이 지른 불로 3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전북 군산 한 라이브 카페에서는 불이 꺼진 한참 후에도 매캐한 인화물질 냄새가 연신 새어 나왔다.
목격자들은 갑작스러운 화마를 피해 대피하는 손님들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방화 용의자 이모(55)씨가 불을 지른 시각은 17일 오전 9시 53분께.
이씨는 미리 준비한 휘발유를 라이브 카페 입구에 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당시 카페에는 옥도면 개야도 주민 40여 명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불은 소파와 테이블을 태운후 무대 중앙으로 순식간에 번졌다.
면적 238㎡ 카페 안은 금세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차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태였다고 목격자는 전했다.
번지는 불길을 본 손님들은 무대 바로 옆 비상구를 향해 앞다퉈 내달렸고, 이 과정에서 십수 명이 연기를 들이마셔 무대 주변에 쓰러졌다.
미처 불길을 피하지 못해 온몸에 화상을 입은 부상자도 발생했다.
주민 유모(55)씨는 "출입구쪽은 불길로 뒤덮여 있어 안에 있던 손님들이 옆문을 통해 빠져나왔다"며 "서로 먼저 빠져나오려다 몸이 엉켜 넘어져 그야말로 전쟁통이 따로 없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은 무대와 비상구 주변에서 부상자 대부분을 구조했다.
거리가 5m밖에 되지 않는 이곳에 사상자 대부분이 쓰러져 있었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무대 주변에서 춤을 추던 손님들이 한꺼번에 비상구로 빠져나가려다 연기를 들이마시면서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며 "카페가 1층이어서 망정이지 지하였다면 수십명의 사망자가 나왔을 것"이라며 아찔해 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3시간 30분 만에 화재 현장에서 500m 떨어진 선배 집에 숨어있던 이씨를 긴급체포했다.
배와 등에 화상을 입은 이씨는 "외상값이 10만원인데 주점 주인이 20만원을 요구했다. 화가 나서 불을 질렀다"며 어처구니 없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 방화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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