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란 공격수, SNS서 자책골 모로코 선수 위로 "축구의 일부"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그라운드에서는 적으로 만났지만, 경기가 끝난 뒤 그들은 다 같은 축구선수였다.
이란 선수가 자책골로 결승점을 내준 상대 팀 모로코 선수를 위로하는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란은 16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모로코에 1-0으로 이겼다.
후반전에는 슈팅 하나 기록하지 못하고도 후반 추가 시간이 5분째 흘러가던 때에 터진 모로코 아지즈 부핫두즈(31·독일 장크트 파울리)의 헤딩 자책골로 행운의 승리를 거뒀다.
이란의 프리킥 상황에서 골문 앞에 있던 부핫두즈가 헤딩으로 걷어내려 했던 공이 그대로 모로코 골문 안으로 향했다.
부핫두즈의 자책골은 월드컵 역사상 통산 42번째다. 후반 추가 시간에 나온 자책골은 세 번째지만 결승골을 헌납한 것은 부핫두즈가 처음이다.
비록 상대로 만났지만 이란 대표팀의 공격수 레자 구차네자드(31·네덜란드 헤이렌베인)도 부핫두즈의 마음을 헤아렸다.
구차네자드는 이날 경기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는 개인적으로 당신을 모르지만"으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한 손으로 이마를 감싸고 괴로워하는 동갑내기 부핫두즈의 사진을 곁들였다.
이날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은 구차네자드는 "인생에서 때로는 승리할 수도, 때로는 패배할 수도 있다"면서 "이번 자책골로 실망하지 말라"고 부핫두즈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이어 "우리는 모두 프로 스포츠선수들이다. 그리고 이것은 축구의 일부분이다"라면서 "나는 매우 기쁘고 우리 팀과 조국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당신 또한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며 글을 맺었다.
구차네자드는 이란에서 태어났지만 네 살 때 가족이 네덜란드에 이민하면서 조국을 떠났고, 19세 이하 대표팀까지 네덜란드 청소년 대표로 뛰었다.
프로선수 생활도 네덜란드에서 시작한 그는 '해결사 부재'로 고심하던 카를루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의 귀화 요청을 받아들여 2012년 10월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한국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이란 국가대표로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데뷔전을 치렀다.
2013년 6월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8차전에서는 결승골을 터트리며 한국에 0-1 패배를 안겨 그를 기억하는 국내 축구팬도 적지 않다.
당시 구차네자드의 골로 이란은 최종예선 1위로 월드컵 본선에 나섰다.
구차네자드는 A매치 43경기에 출전해 17골을 기록 중이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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