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에르도안 지지율 50% 붕괴 추세…1차투표 당선 '빨간불'
최근 여론조사서 47∼48%대로 나타나…결선투표선 승리 장담 못해
공정선거 시행 여부에 시선 집중…"결과 이미 정해져" 냉소 여론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아흐레 앞으로 다가온 터키 대선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당선 확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15일(현지시간) 현재까지 공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에르도안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은 50%선이 붕괴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조사기관 게지지가 14일 공개한 여론조사(응답자수 2천814명)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47.1%로 나타났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의 무하렘 인제, '좋은당'(IP)의 '철의 여인' 메랄 악셰네르, 친(親)쿠르드계 '인민민주당'(HDP)의 셀라핫틴 데미르타시는 순서대로 27.8%, 14.1%, 10.1%를 기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압도적 1위이나 24일 열리는 대선에서 당선을 확정지을 수 있는 50%에는 미치지 못했다.
오차한계를 고려한다면 50% 붕괴를 단정할 수 없으나 추세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를 드러낸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달 23일 51.4%(조사기관 MAK), 이달 5일 48.3%(소나르), 이달 6일 45.9%(메트로폴), 7일 48.7%(게지지), 8일 51.5%(MAK), 47.1%(게지지)로 조사돼 MAK를 제외하고는 낮아지는 추세다.
또 국가비상사태에서 시행되는 여론조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율이 과대 집계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지지율은 50%선이 붕괴됐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시리아 북부 아프린을 군사작전으로 점령한 후 에르도안 대통령과 AKP 지지율이 고공행진했으나 최근 고물가와 환율 위기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 흔들리는 양상이다.
이런 추세가 그대로 실제 투표에도 나타나 결선 투표가 치러진다면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인제 후보의 양자 대결이 성사되면 반(反)에르도안 유권자들의 표 절대 다수가 인제 후보로 쏠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총선 정당별 지지율 조사 결과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14일 공개된 게지지의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는 집권당 '정의개발당'(AKP)와 '민족주의행동당'(MHP) 연대가 48.7%(42.9% + 5.8%)를 얻은 것으로 나타나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진다는 전제 하에 결선투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에 따라 터키 안팎의 시선은 선거 결과를 좌우할 변수로 공정선거 이행 여부에 쏠린다.
지난해 대통령중심제 개헌 국민투표 당시 선거관리위원회 직인이 없는 투표용지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선관위는 이를 모두 유효로 인정하겠다고 투표 종료 무렵 결정해 부정투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AKP는 이런 논란을 차단하고자 직인이 없는 투표 용지도 유효표로 처리하도록 미리 법률을 명시하는 등 선거관계법을 '유리하'게 대거 개정했다. 야당이 강하게 반발했으나 AKP는 수적 우세로 밀어붙였다.
이스탄불에 사는 50대 직장인 C씨는 "AKP가 승리 대책을 다 마련해 놨다는 냉소주의가 퍼져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변화에 대한 기대도 강력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마르크 피에리니 전 터키주재 유럽연합(EU)대사는 양측이 총력전을 벌이고 있어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진단하면서도 "실로 오랜만에 처음으로 야권이 유권자들에게 완전히 다른 선택권을 제시하는 시도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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