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북미 합의이행, 8·9월이 첫 번째 중요한 벤치마크"
8월 UFG훈련 여부·9월 2차 북미정상회담 주요변수로 거론
"트럼프 어느 이슈보다 낙관적이지만, CVID 달성 쉽지 않아"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북미정상회담 합의이행과 관련, "오는 8·9월이 중요한 첫 번째 벤치마크(기준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빅터 차 석좌는 이날 브뤼셀에 있는 주벨기에·유럽연합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미국 CSIS 한국석좌와 브뤼셀자유대학(VUB) 한국석좌의 최근 한반도 상황 관련 공동 토론에서 이같이 밝혔다.
빅터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합훈련을 염두에 두고는 "8월에는 한·미간에 중요한 연례 군사훈련이 예정돼 있다"고 상기시킨 뒤 "한미 양국은 군사훈련 실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또 "그러고나면 9월에는 북한이 유엔 총회에 참가해야 하고, 이를 계기로 2차 북미정상회담도 열릴 수 있다"면서 "이 때(8·9월)가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군사훈련 중단 발표에 대해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한 뒤 "북한이 로켓 엔진 실험장을 해체하게 하려고 (미국이 북한에 대해) 도발적이지 않다는 가시적인 것을 보여주기 위해 결심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워싱턴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두 지도자(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에 분명히 논의됐을 것에 대해 다 소개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의 지도자는 핵무기 폐기를 약속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핵신고를 하겠다고 얘기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뭔가 대가를 약속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빅터 차 석좌는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한 이란 핵 합의는 문서만 110페이지이고 부속서류도 수백 페이지에 달했지만 북미 공동성명은 500단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향후 북미간 협상 전망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매우 긍정적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어떤 이슈보다도 낙관적"이라면서 "그러나 매우 어려운 일이 앞에 높여 있다. 매우 집중적인 협상이 될 것이고,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선 (협상) 타임라인도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나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려고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CVID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핵시설·전문기술 등을 완전하게 신고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핵 동결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던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북한 비핵화를 지원하는 연락사무소 개설, 남북한과 미국·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 형식의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참여한 김형진 주벨기에·유럽연합(EU) 대사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북한 핵의) CVID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었다"면서 "북미 공동성명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그들(북미)은 이미 많은 합의를 한 것 같다. 가까운 장래에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또 "일부 비판자들은 공동성명에 CVID가 빠졌다고 비판하지만 (북미정상회담 직후 방한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한국에서 '완전한 비핵화'에는 검증과 불가역성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고, 타임라인이 빠졌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주요한 비핵화 조치가 오는 2020년 말까지 끝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라몬 파체코 파드로 브뤼셀자유대학 한국석좌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유럽의 역할과 관련, 이란핵합의를 예로 들면서 "참가 당사자가 많으면 (협상이) 성공하고 합의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유럽이 오래전부터 대북 비판적 관여정책을 펴온 점을 언급하며 "유럽은 어느 당사자보다도 중립적"이라고 강조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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