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m 높이에서 다이빙…해경 구조대원보다 지구력도 좋아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썰매를 끌려면 6마리의 개가 필요하지만, 물에서는 한 마리의 개가 6명의 사람을 구할 수 있다."
1989년부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수상구조견 학교를 운영한 수상구조견 트레이너 페루치오 필렌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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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아직 정식으로 등록된 수상인명 구조견이 없지만, 부산 영도구 중앙해양특수구조단에는 구조대원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인명구조 훈련을 받는 구조견이 있다.
주인공은 태어난 지 1년 11개월 된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의 암컷 '투투'.
'투투'는 중앙해양특수구조단 박정욱 경위가 개인적으로 기르는 구조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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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경위는 2년 전 포항 해양경찰서 구조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수상 인명구조견을 목표로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의 강아지를 입양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성격이 온화하고 지능이 높으며 어깨와 다리가 강해서 구조견, 안내견, 서비스견 등으로 활약하는 견종이다.
옛 해양경찰 긴급 신고 번호였던 122에서 착안해 이름도 '투투'로 지었다.
'투투'의 비범한 수영 실력을 예사롭지 않게 여긴 박 경위는 근무지를 중앙해양특수구조단으로 옮긴 뒤 본격적으로 수상인명 구조견 조련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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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경위는 매일 투투와 함께 출근하며 수상인명구조 훈련을 하고 있다.
투투의 능력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중앙해양특수구조단 대원들 못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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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장점은 높이 4m에서 바다로 다이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다 수영 능력도 뛰어나다.
지난 14일 부산 영도구 부산해경 전용부두에서 열린 중앙해양특수구조단 바다수영 평가에서 1㎞ 구간을 24분대에 완주하며 해경 대원들과 대등한 수영 실력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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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능력도 탁월하다.
해상에서 구조대원의 지시에 따라 구조용 튜브를 익수자에게 전달해 구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사람보다 1만 배 이상 발달한 후각으로 좌초된 선박 안에서 인명수색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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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를 이용해 좌초된 선박에 진입하는 등 하강 훈련도 거쳤다.
앞으로 헬기 레펠 하강 훈련도 계획 중이다.
해외에서는 수상인명구조견이 이미 큰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에는 400마리가 넘는 인증받은 수상구조견이 활약하며 연간 3천명 이상을 구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투는 아직 정식으로 중앙해양특수구조대에 배치받아 임무를 수행하지는 않지만, 구조대원들과 함께 주 2회 이상 훈련을 받으며 국내 최초의 인명 수상구조견을 꿈꾸고 있다.
박정욱 경위는 "사람은 구조 중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지만 구조견은 포기를 모르기 때문에 훈련만 잘 시키면 앞으로 큰 활약이 기대된다"며 "투투가 해양경찰 1호 수상인명구조견이 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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