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블랑 "수직정원은 도시에서 우연히 만나는 회화"
프랑스 출신 식물학자…"버려진 공간에 설치하는 것이 중요"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960년대 열대어와 식물을 좋아했던 한 프랑스 소년은 자신의 수족관에 식물을 이용한 필터를 직접 만들었다. 이후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청년은 1986년 공공건물 외벽에 식물을 심는 작업을 선보였다.
'수직정원' 창시자로 평가받는 프랑스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65) 이야기다. 부산현대미술관에 수직정원을 설치한 인연으로 최근 방한한 블랑을 14일 저녁 서울 광화문 교보인문학석강에서 만났다.
"수직정원은 제가 그동안 식물학자로서 연구한 것의 결과물인 셈"이라고 말한 블랑은 식물 예찬론부터 폈다. "식물은 지난 수천 년간 인간에게 많은 것을 줬어요. 식물로 옷과 음식, 의약품을 만들고 살 곳을 짓기도 하죠. 20여 년 전부터는 온도 상승이나 대기오염 등 우리가 도시에 저지른 잘못을 해결하기 위해 또 식물을 이용하고 있죠."
블랑이 30여 년 전 TV나 라디오에 출연해 수직정원을 설명할 때만 해도 귀담아듣는 사람은 없었다. 1994년 프랑스 한 정원축제에서 수직정원을 선보이면서 블랑 작업은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진 이미지만으로도 탄성을 자아내는 수직정원은 이제 세계 곳곳에 설치돼 있다.
블랑은 "도시의 버려진 벽처럼 더는 사용되지 않는 공간, 다르게 사용될 일이 없는 그런 공간에 수직 정원을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새롭게 지어진 멋진 건물에 건축 공간의 몇 퍼센트 식으로 나무를 심는 건, 그저 건물을 멋지게 장식하기 위한 녹지(조성)일 뿐이에요. 건축 허가를 받거나 지원금을 받기 위한 녹지 조성이죠."
블랑은 수직정원이 조경과는 다른 작업임을 분명히 있다. "일부러 들어와서 보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하는 존재에요. 사람들을 굉장히 즐겁게 놀라게 하는 일종의 회화인 셈이죠."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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