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카슈미르 인권침해 첫 보고서…조사위 구성 제안(종합)
인도·파키스탄 해묵은 분쟁 지역…공권력 남용 우려
인도 "편향적 보고서, 수용 불가" vs 파키스탄 "인도령서 잔혹행위 벌어져"
(제네바·뉴델리=연합뉴스) 이광철 나확진 특파원 =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14일(현지시간) 인도, 파키스탄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카슈미르에서 양쪽 군·경찰이 심각한 인권침해를 저지르고 있다며 독립조사위원회(COI) 구성을 제안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이날 카슈미르 인권침해 실태를 다룬 보고서도 펴냈다. 유엔 인권기구가 카슈미르 분쟁 관련 공식 보고서를 낸 것은 처음이다.
유엔은 오랜 기간 공권력의 인권침해가 묵인됐고 처벌받은 사람도 없다며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힌두교, 이슬람교 인구가 섞인 카슈미르는 인도, 파키스탄이 분할 통치하고 있다. 인도령 지역(잠무-카슈미르 주)에서는 1989년 분리주의 반군이 무장 투쟁에 나선 이후 30년 가까이 교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 4월에도 인도 군경과 분리주의 세력의 충돌로 모두 20명이 숨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7월 분리주의 반군 지도자 부르한 와니(당시 22세) 사망 이후 충돌이 격화했을 때 자이드 대표는 양쪽 정부 대표에 카슈미르 지역을 유엔이 직접 조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OHCHR은 이후 간접 증거 조사에 나서 3년 동안 주로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했다.
보고서는 이 기간에 인도군이 최소 145명을 법적 절차 없이 사실상 살해했다고 비판했다.
자이드 대표는 "인도 정부는 공권력 남용이 반복되지 않도록 적절하고 효과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에서도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지만, 성격과 규모가 다르며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고 있어 적절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도 외교부는 "조사 내용이 잘못됐고 극도로 편향적이며 의도가 의문스럽다"면서 "인도는 이 보고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성명을 냈다.
인도는 또 카슈미르가 인도의 불가결한 부분인데 파키스탄이 불법으로 무력을 사용해 일부를 점령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번 보고서가 인도의 주권과 영토 통합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고서가 파키스탄에서 국경을 넘어 인도를 겨냥해 이뤄지는 테러행위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 외교부는 반면, 이번 OHCHR의 보고서에 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카슈미르가 인도의 불가결한 부분이라는 인도 정부 주장에 대해서만 "근거가 없다"면서 "인도가 잠무-카슈미르에서 산탄총을 쏘고 인간 방패를 이용하는 등 현재 이뤄지고 있는 잔혹행위에 대해 관심을 피하고자 그릇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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