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지형 대격변…'포스트 6·13' 정당체제 격랑 속으로
한국·바른미래 당 존립 백척간두…민주 '연정' 화두도
중앙 이어 지방권력도 전면 교체…근본적 지각변동 예고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김연정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6·13 지방선거 후폭풍이 정치권을 뒤덮쳤다.
당장 최악의 성적을 받아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지도부 책임론에 휘말려 겉잡을 수 없는 내홍에 휘말려 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 민심이 이번에도 야권 전반에 등을 돌리자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근본적 위기감이 고개를 들며, 보수 정계개편 가능성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상황이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등에 업고 중앙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완벽히 교체해 두 날개를 달게 된 여권은 이 같은 지각변동을 맞아 안정적인 개혁 동력 확보를 위한 연정 방안까지 모색해야 한다며 새판짜기 운을 띄우고 있다.
야당발 정계개편의 격랑이 여권으로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정국은 당분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에 빠져들 수밖에 없어 보인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는 14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과 당 대 당 통합 가능성을 묻는 말엔 "폐허 위에서 적당히 가건물을 지어서 보수의 중심이라고 얘기해서는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폐허 위에서 제대로 집을 짓기 위해 백지상태에서 시작하겠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선 지방선거를 넉 달 앞두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질 때부터 예견된 파국이라며 안팎으로 난파 직전인 당의 사정까지 고려하면 어떤 형식으로든 '헤쳐모여'가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을 내놓는다.
전날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이날 오후 2시 당 회의에서 공식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당 관계자는 "홍 대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김성태 원내대표 중심으로 비대위를 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야말로 환골탈태해서 당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으로선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직후 바른정당 분당 사태를 겪었지만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탈당파 대부분이 유턴했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이 같은 참패를 겪었다는 점에서 이번 패배가 한층 뼈아프다.
현재 같은 방식으론 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당 해산 수준의 살을 깎는 대변혁이 없이는 보수진영의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을 피부로 느낀 셈이다.
홍 대표를 비롯한 기존 중진그룹의 물갈이를 포함한 광범위한 세대교체와 새피수혈, 과거 소장파를 주축으로 한 '정풍운동'의 필요성 등 거론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이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져나오는 장면은 그 같은 위기를 웅변한다.
인위적 정계개편에 선을 그어온 민주당은 일단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변화하는 정치지형에 맞춘 국회 지배력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지방선거와 함께 12곳에서 치러진 재보선에서 후보를 낸 11곳을 모조리 싹쓸이, 의석수를 130석으로 불리며 원내 1당 자리를 굳혔지만 여전히 재적 과반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를 맞아 본격적인 입법 과제를 처리하기 위해선 최소 과반 확보가 절대적 과제인 만큼, 민주당 입장에선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 우호적 세력과 안정적으로 손을 잡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절실하다.
이에 따라 사안별로 범여권, 나아가 야권과도 협력하는 전술에서부터 비슷한 색깔의 정당 파트너와 함께하는 최고 결속의 연정 전략에 이르기까지 여권 내 정파별로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영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당의 독자적 정국운영은 쉽지 않기 때문에 야당과의 협치를 모색해야 된다"면서 "지방선거 이전처럼 야당이 발목잡기를 반복하면 더 참혹한 심판을 국민이 안길 것이기 때문에, 타협 정치의 길이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자력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하는 민주평화당은 민주당을 겨냥해 연정 필요성을 띄우는 가운데 정계개편이 가시화할 경우 바른미래당 내 호남의원들을 흡수하는 방안을 거론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기도 하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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