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선거] 다섯번째 도전 끝에 금배지 단 이규희 천안갑 당선인
"철학이 있는 정치인으로 민주주의 제대로 한 번 해보겠다"
(천안=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 6·1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충남 천안갑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는 198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여당의 후보가 다섯번째 도전 끝에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자유한국당 박찬우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하면서 공석이 돼 치러진 천안갑 재선거에서 이규희(56) 후보는 KBS 사장 출신의 한국당 길환영(63) 후보 등을 누르고 당선됐다.
연세대 법학과 출신의 이 당선인은 3학년 재학 시절 써클연합회 회장과 학원민주화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4학년 2학기 때에는 전국민주화투쟁 학생연합공동의장으로 민정당 중앙당사 점거사건으로 구속돼 옥고를 치렀다. 그러면서 제적까지 당했다.
대부분의 운동권 학생들이 그랬듯이 공장에 취직했다가 프레스에 손가락을 잘리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선인은 보상을 바라고 했던 민주화운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민주화 유공자 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는 "생활이 너무 어려울 때는 보상금 신청을 할까도 했지만, 그보다는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바르다는 판단으로 끝까지 유공자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후 이 당선인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 천안갑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며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정치는 민주화운동만큼이나 어렵고 고단한 길이었다. 2004년 국회의원 선거 경선에 나섰다가 패배하는 등 각종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때마다 마음을 추스르는 일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야인생활을 하면서 일당 7만원의 건설현장 용역 인부부터 택시 운전사까지 생계를 위한 다양한 일을 경험해야 했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다.
이 당선인은 "택시 운전사란 직업은 매우 힘든 일"이라며 "하지만 세상과 민심을 공부하는 데 매우 훌륭한 경험이었다"고 회고했다.
13년 동안 일하고 싶은 집념으로 한 길을 걸어온 이 당선인은 "오랜 시간 걸어온 길인만큼 철학이 있는 정치인으로 민주주의를 제대로 한 번 해보겠다"며 "의식과 문화의 선진국을 만들고, 공정한 경쟁으로 중산층이 두꺼운 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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