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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찾아다니는 남자 '애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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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찾아다니는 남자 '애도하는 사람'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애도하다'라는 의미의 일본어 '悼む'는 '이타무'로 읽힌다. 이는 '아프다'라는 의미의 '痛む', '상하다'라는 뜻의 '傷む' 와 발음이 같다.
즉, '애도하다'라는 일본어에는 '누군가의 죽음을 아파하고 마음이 상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우리는 한 발 더 나가 '슬퍼할 도'(悼)에 '슬플 애'(哀)를 덧붙여 사용한다. 슬퍼하고 또 슬퍼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애도가 목적인 삶을 사는 것은 슬픔과 아픔이 삶과 함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불가능한 삶이다.
그러나 연극 '애도하는 사람'(悼む人)의 주인공 사카쓰키 시즈토는 누군가를 애도하기 위해 살아간다.
그는 친구 겐지의 1주기를 잊어버린 죄책감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국을 떠돌며 죽은 사람을 애도하기 시작한다.
시즈토는 매일 신문이나 잡지를 읽고 죽은 사람의 기록을 조사한다. 그의 '애도노트'에는 200명이 넘는 사자(死者)의 생전 기록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삼류 잡지 기자 마키노 고우타로는 시즈토가 얼굴도 알지 못하는 이들을 애도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의 뒤를 캐려 한다.
"특별한 사람의 죽음은 상관없어. 하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 말이 되나. 영웅의 죽음과 악당의 죽음이 같은가. 모든 죽음에 차이가 없다는 말인가."



그러나 시즈토는 "잘 모르겠다"는 대답만 남기고 묵묵히 애도여행을 계속한다.
시즈토에게도 길동무가 생긴다. 정확히는 그와 같은 방향으로 걷는 사람이다. 나기 유키요는 자신이 죽인 남편을 애도하러 온 시즈토를 만나 애도의 의미를 알기 위해 함께 길을 나선다.
'애도하는 사람'은 제140회 나오키상을 받은 덴도 아라타의 장편소설이 원작이다. 소설 '애도하는 사람'은 2010년 처음 국내 소개된 후 깊은 울림으로 많은 호평을 받았고 일본에서는 소설이 출간된 후 연극과 영화로도 제작됐다.
2013년 동아연극상 희곡상과 작품상을 받은 김재엽이 연출하고, 지난해 '생각은 자유'에서 호흡을 맞춘 신승렬이 무대 디자인, 영화 '실미도', '공공의 적' 한재권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주인공 시즈토 역은 연극 '청춘예찬'으로 주목받은 후 최근 드라마로까지 영역을 넓힌 김동원이 맡았다. 시즈토와 함께 애도여행을 떠나는 유키요 역은 영화 '더킹'으로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김소진이 캐스팅됐다.
시즈토의 엄마 사카쓰키 준코 역에는 지난해 한국연극배우협회 올해의 배우상을 받은 전국향이, 시즈토의 동생 사카쓰키 미시오 역에는 박희정이 캐스팅됐다. 시즈토의 뒤를 쫓는 마키노 고우타로 역은 김승언이 연기한다.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을 보는 듯한 김동원의 눈빛과 일종의 1인 2역을 해내는 김소진의 무대 장악력이 인상적이다. 전국향과 김승언의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도 극을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5년간 애도여행을 계속한 시즈토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죽음에 너무 몰입해 자신의 몸과 마음이 상한 끝에 나름의 애도방식을 터득한다.
그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사랑받고, 누구를 사랑했는지, 그리고 어떤 일로 사람들에게 감사받았는지'를 기억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누군가를 기억하는 일반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죽은 사람은 추억으로 남고, 추억은 미화된다고 하지 않는가.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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