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해빙] '기회의 땅 열린다'…소비재 업계, 대북 사업 준비 박차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이유미 기자 = 국내 소비재 기업들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에 따라 이후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 국면에서 북한 진출을 적극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북한 소비시장 규모는 현재 17조5천억 원으로 남한의 2.6% 규모로 추정된다.
북한의 1인당 소비금액은 2016년 기준 700달러(75만 원) 수준으로, 남한 1인당 소비금액의 5.2% 수준으로 파악된다.
앞으로 경제 개방이 본격화하고 북한 주민들의 소비 수준이 올라가면 국내 소비재기업들의 진출 여지도 그만큼 클 것으로 전망된다.
◇ "음식문화 비슷하고 가까워"…식품기업, 수출 주력할 듯
북한의 식량 자원과 식품 생산량은 수요와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어서 국내 식품기업들의 진출 전망이 밝은 편이다.
밀가루, 식용유, 조미료, 장류, 라면, 과자, 햄, 생수 등 기초식품부터 가공식품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경우 지리적으로 가깝고 음식문화가 비슷한 국내 기업이 다른 나라 기업보다 유리한 위치라고 볼 수 있다.
식품기업들은 과거 개성공단에 초코파이 등을 납품했던 것처럼 북한에 제품을 수출하거나 직접 현지에 생산공장을 짓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대북 사업 추진 경험이 있는 롯데는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식품 계열사를 우선으로 해서 대북 사업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롯데와 함께 개성공단에 초코파이를 납품했던 오리온, 해태, 크라운 등도 개성공단 재가동을 포함한 남북 경협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 출신 창업주를 둔 샘표, 풀무원, 오뚜기 등도 기대감 속에 한반도 정세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한화리서치센터는 최근 '2018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대외 교류가 차단됐던 북한에서 기호식품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남한의 식문화 유입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 "설화수·라네즈 북한에서 인기"…화장품 기업 진출 모색
국내 화장품 업체들도 북한 내 인지도를 바탕으로 현지 진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직접 생산하는 화장품은 질이 떨어지고 공급도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랑콤, 로레알 등 해외 화장품을 수입하고 있지만, 그 규모 역시 미미하다.
국내 화장품 대표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나 '라네즈' 등은 이미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고급 브랜드로 인식되며 인기몰이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남북 교역이 중단된 상태여서 중국을 거친 밀무역 등의 경로를 통해 국내 화장품 제품이 북한으로 흘러들어 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화장품 생산 여건이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에 남북 교역이 재개될 경우 우리 기업의 화장품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연구원은 "화장품은 품질이 안 좋을 경우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서 개인의 선호와 로열티(충성도)가 높게 작용한다"며 "한국 브랜드는 높은 구매 로열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화장품 직접 생산을 강조해온 북한 당국이 기존 태도를 고수할 경우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같은 브랜드 업체보다는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나 부자재 업체가 우선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박 연구원은 덧붙였다.
◇ 유통업체도 북한 문 두드리나…CU, 개성공단 재개 '촉각'
남북 경제협력의 문이 열렸을 때 우리 기업이 가장 먼저 진출할 수 있는 분야로는 유통이 꼽힌다.
북한이 남한보다 제조업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특별한 제조업 기반 없이도 가능한 유통과 호텔 등 서비스 분야 진출이 우선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회계법인 삼정KPMG의 삼정KPMG대북비즈니스지원센터는 지난 4월 출간한 '북한 비즈니스 진출 전략'에서 우리 기업에 유망한 대북 사업 분야로 인프라·건설, 유통·소비재, 정보통신기술(ICT), 에너지, 자원, 자동차, 관광 등 7개 분야를 꼽은 바 있다.
현재까지 유통업계의 북한 진출 사례는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편의점업계에서 CU(씨유·당시 훼미리마트)가 2002년 11월 현대아산과 계약을 맺고 금강산 지역에 첫 점포를 열었다.
금강산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됐던 3개 점포는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 중단과 함께 문을 닫았다.
CU는 2004년에는 개성공단에서도 영업을 시작해서 총 3개 점포까지 확대했으나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과 함께 영업을 종료했다.
이들 매장은 전부 관광객이나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남한 근로자만 이용할 수 있을 뿐 북한인들은 이용할 수 없었다.
CU 관계자는 "개성공단 재가동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상황이어서 과거 북한에서 편의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우리가 다시 편의점을 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통업계의 북한 진출은 북한 주민 소비생활을 풍요롭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북한 주민에 자본주의 시장 경제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어 북한 정권의 결정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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