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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 조용필 아닌, 조용'비'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데뷔 50주년 상반기 투어 마지막, 의정부서도 우중 공연
비맞으며 약 30곡 열창에 관객 '떼창'…팬들 "우리도 비옷 벗자"



(의정부=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구름도 공연 보러 왔나 봐…."
한 60대 여성 관객이 뻥 뚫린 공연장 위로 빠르게 몰려드는 먹구름에도 '낭만적'인 표현을 섞어 말했다.
지난 9일 조용필 데뷔 50주년 투어 '땡스 투 유'(Thanks to you) 상반기 마지막 공연이 열린 경기도 의정부종합운동장에는 오후 7시 30분, 공연 시작과 함께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후 내내 공연장 밖에 마련된 '먹거리 장터'에서, 3개 팬클럽(위대한탄생, 미지의세계, 이터널리)이 마련한 부스에서 축제를 즐기듯 예열한 관객들은 비가 와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오빠가 비를 부르는 남자니까. 까르르~"
손에 '오빠', '형님', '땡큐 조용필'이라고 쓴 종이 푯말을 든 2만5천 명의 관객은 그리 놀랍지 않다는 듯 우의를 챙겨입기 시작했다.
조용필 상반기 투어 4회 중 지난달 12일 첫 공연인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 이어 이날까지 우중(雨中) 무대만 절반인 50%. 이미 2003년과 2005년 조용필의 올림픽주경기장 빗속 공연 일화는 유명하다.
화려한 폭죽과 함께 오프닝곡 '땡스 투 유'로 막이 오르자 조용필도 날씨 얘기부터 꺼내며 미안한 듯 '웃픈'(웃기다+슬프다의 합성어) 미소를 지었다.
"주경기장 때는 아침부터 정말 비가 너무 많이 왔어요. 그래도 오늘은 좀 시원하지 않아요?"
공연이 1/3가량 지날 즈음, 스태프가 조용필과 밴드 위대한탄생 위로 접이식 비닐 지붕을 치려 하자 조용필은 "난 안쳐도 되는데, 난 비 맞아도 돼"라고 악기를 든 연주자들에게만 치라고 손사래를 쳤다.
"오빠, 비 맞으면 안 돼요. 감기 걸려요. 그럼 우리도 비옷 벗자."
객석에선 "안된다"는 여성 관객들의 외침이 터져나왔다.
빗줄기는 강약을 반복하며 2시간 30분 내내 뿌렸고 조용필은 관객과 함께 온전히 비를 맞으며 무대를 뜨겁게 채웠다.
'여행을 떠나요'와 '못찾겠다 꾀꼬리'로 흥을 돋운 그는 '창밖의 여자'와 '한오백년', '간양록'으로 감성적인 분위기를 전이시켰다. 마치 CD를 듣는 듯 마이크를 뚫고 나오는 조용필의 가창력은 힘이 있고 명쾌했다. 디스코, 펑크, 록, 민요, 트로트 등 장르 불문 레퍼토리에도 '떼창'이 이어졌다.


대표곡을 짧게 선보이는 메들리 타임에선 후렴구 몇 소절씩만 부르며 관객과 '밀당'을 해 웃음을 자아냈다. 공연 때마다 조금씩 선곡을 달리해, 이날은 '그 겨울의 찻집'과 '내 이름은 구름이여', '허공',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들려줬다.
"('그 겨울의 찻집'을 짧게 부르고는) 요렇게만 할게요. (더 짧게 부르고선) 서울에선 지난번에 요것만 했거든요. 특별 서비스로 많이 했어요. 다하려면 며칠 걸려요."
그러나 관객도 고집이 있었다. '허공'을 부르던 조용필이 노래를 짧게 끊자 '사랑했던 마음도 미워했던 마음도/ 허공 속에 묻어야만 될 슬픈 옛이야기~'라며 뒤를 이어 떼창을 했다.
조용필은 "오늘 정말 콘서트 참 쉽게 하네요"라며 두 팔을 활짝 펼치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전매특허가 된 '무빙 스테이지'도 야외 공연장 장점을 십분 살려줬다. 무빙 스테이지는 두 차례나 그라운드에 깔린 레일을 타고 수십 미터 전진하며 2, 3층 스탠드석 앞으로 다가갔다.
"기다려 팬"이라고 외치면서 '미지의 세계'와 '헬로'를 부르며 스탠드석으로 다가간 그는 트랙으로 내려갔고 팬들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했다. 트랙을 걸으며 '기도하는~'이라고 '비련' 첫 소절을 떼자 마치 추임새처럼 '꺅~'하는 함성이 쏟아져 내렸다. 대구 공연 때는 트랙으로 내려간 조용필이 눈물을 흘리는 팬과 눈이 마주치며 울컥해 노래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기도 했다.
'비련' 이후 공연장은 마치 거대한 노래방이 된 듯 가수와 관객이 한목소리로 노래했다. '고추잠자리'와 '단발머리', '킬리만자로의 표범' 등의 대표곡이 연달아 흐르자 많은 관객이 기립해 춤을 추며 노래를 함께 불렀다.
엔딩곡 '슬픈 베아트리체'를 절절하게 선사한 그는 무대 좌우 끝까지 다니며 큰 소리로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무대 뒤로 사라졌다.
빗속 관람으로 지쳤을 법한 관객들은 바로 "앙코르"를 외쳤다.
'꿈'과 '친구여', '바운스' 등 앙코르 곡까지 약 30곡을 선사한 조용필이 무대를 떠날 즈음, 그의 머리는 흠뻑 젖었고 연분홍빛 베스트 의상 어깨 부분은 짙은 꽃분홍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날 공연이 끝난 뒤 SNS에는 수많은 사연의 글과 조용필의 음악, 팬서비스에 대한 감탄의 글이 올라왔다.
"아빠의 버킷리스트를 실현시켜 드린 날", "울 엄마 돌아가시기 전 평생소원이라서 모시고 다녀옴", "이분들에겐 BTS고 켄드릭 라마고 다 필요 없는 듯", "가왕은 CD를 씹어 잡수셨다"….
그중 기억에 남는 한 구절.
"조용필 콘서트 갔는데 조용'비' 콘서트가 됐습니다."
공연이 끝나자 비도 거짓말처럼 멈췄다.
이로써 조용필은 서울 4만5천, 대구 2만8천, 광주 2만3천, 의정부 2만5천 등 상반기 공연 4회만에 총 12만1천 명의 관객을 모았다. 하반기 공연은 9월 시작한다.
mim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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