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책 읽겠다는 사람들
신간 '죽음을 이기는 독서'·'죽을 때까지 책 읽기'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책을 사랑하기에 위독한 병과 싸우면서도 책을 읽고 눈을 감는 순간까지 책을 읽겠다는 말하는 다독가들의 저서가 나란히 신간으로 나왔다.
'죽음을 이기는 독서'(민음사, 김민수 옮김)는 호주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문화비평가 클라이브 제임스의 저서다. 그는 자서전 연작 '믿을 수 없는 회고록', 문화비평서 '문화적 기억 상실증' 등 30여 권의 책을 낸 유명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에 나온 책은 그가 2010년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면서 쓴 독서기다.
그는 책머리 '들어가는 말'에 백혈병 진단을 받은 직후의 심경을 썼다. "이렇게 된 마당에 새 책이든 중요한 책이든 간에 책이라는 걸 읽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하고 "끝까지 읽을 시간이 없을 수도 있기에, 아주 가벼운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조차도 대단한 일처럼 보였"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정신 자세를 뜯어고쳐 준 치료제는 역시 책이었다고 한다. 보즈웰의 '존슨의 생애'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쁜 마음으로 읽고 나서 "불이 언제 꺼질지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다면, 불이 꺼질 때까지 책을 읽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는 "가장 어른스러운 일, 즉 사라져야 할 시간이 가까워진다고 해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은 아이 같은 충동까지 반드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 책에는 이후 그가 다시 읽거나 새로 구입해 읽은 책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문학적 우상이자 평생의 수수께끼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작품을 비롯해 콘래드,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마르셀 프루스트, 올리비아 매닝 등 거장들의 작품이 등장한다. 유명한 고전들뿐 아니라 '왕좌의 게임' DVD도 그의 새로운 관심사다.
그는 책을 읽는 행위의 즐거움과 가치를 거듭 강조한다.
"결국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당신이 책에 관해서 가장 먼저 의식하게 되는 것은 책이 가진 힘이고, 책의 힘이란 결국 생각하게 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책읽기'(소소의책, 이영미 옮김)는 일본의 유명 기업가이자 민간인 출신 첫 외교관을 지낸 니와 우이치로(79)가 쓴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을 아사히신문에 실린 한 대학생의 독자 투고 내용으로 시작한다. '책을 안 읽으면 안 되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학생은 "책읽기는 악기나 스포츠처럼 취미의 범주에 포함되니, 읽든 안 읽든 딱히 상관없지 않을까. 그것이 왜 문제시되는 걸까. 만약 책을 꼭 읽어야 하는 확고한 이유가 있다면, 알려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글을 보고 놀랐다면서 "책을 안 읽는 건 본인의 자유"이지만, "책읽기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충분히 실감한다. 책읽기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가져다주는지. 생각하는 힘, 상상하는 힘, 느끼는 힘, 무궁무진한 지식과 지혜…. 책읽기는 그 사람의 지적 호기심은 물론이고 '살아가는 힘'을 키워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책읽기가 실제로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자신의 경험에 비춰 자세히 들려준다. 자신이 종합상사에서 일하던 시절 한 신문기사 내용만 믿고 잘못된 결정을 내려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경험을 이야기하며 여러 정보의 옥석을 가려내는 능력은 독서를 통해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인터넷에서 검색해 얻는 정보는 짧고 단편적인 것들이어서 지식이 되지 않는 반면, 독서는 '생각하는 과정'을 동반하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지식이 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결국 인간이 이 세상에 관해 아는 비율은 고작해야 1퍼센트도 안 될지 모른다. 요컨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거의 대부분이 '모르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는 셈"이라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인간이 성장하는 데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아무래도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나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하게 된다. 좋아하는 책에 푹 빠져 있는 순간에 홀연히 죽음을 맞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며 이 책을 마무리한다. 이 책은 일본에서 출간 2개월 만에 15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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