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체제'를 넘어 '17년 체제'로"…6·10항쟁 학술토론회
"시민 스스로 '촛불 정신' 답 찾는 주체로 거듭나야"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2017년 촛불 집회로 옛 질서의 정당성은 무너졌으나 그 질서의 사회경제적 지배집단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새 질서를 건설할 사명을 부여받은 정권이 세워졌으나 그 질서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87년 체제'가 가고 '17년 체제'라는 새 시대가 왔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중앙대 신진욱 교수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6·10 민주항쟁 31주년 기념 학술토론회 '한국 민주주의, 세계적 물음에 답하다'에 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신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선거승리 지상주의'가 만연해왔는데 시민들이 더는 이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2017년 촛불 집회로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현직 대통령을 탄핵한 원동력이 바로 촛불 집회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뜻을 받드는 진정한 '촛불 정부'이고자 한다면 '87년 체제'를 넘어 '17년 체제'의 초석과 기둥을 건설하는 과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가 말하는 '17년 체제' 수립이란 헌법과 선거제도 개혁, 경제민주화와 노동기본권 강화, 복지국가 확대 등 개혁 과제를 달성하고, 그 과정에서 빚어질 수밖에 없는 이해당사자 간 충돌·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대통령과 여당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다면 이러한 과제들을 회피할 수 있다"며 시민들 스스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 꿈꿔온 '촛불 정신'을 실현해나가는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지 않으면 "촛불 정신을 대리 해석하고 허위대변하는 정치 엘리트집단이 촛불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기존 질서를 단지 부분적으로만 변형시키는 데서 개혁이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신 교수는 경고했다.
신 교수는 "2017년의 승리가 민주주의의 최종적 승리인 것처럼 생각하는 단선적 목적론은 우리가 경계해야 할 역사 인식의 관점"이라며 "역사를 망각하고 현재를 절대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정해구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 축사를 겸한 기조발언에서 "한국 정당정치는 인민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짧게는 10년도 못 되는 시간 간격으로, 길게는 30여 년의 간격으로 거대한 민중항쟁에 직면하곤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6·10 민주항쟁에 이어 제2의 민주화라 할 수 있는 촛불 항쟁의 성공 이후 개최되는 이 토론회 자리가 한국의 민주주의가 그동안 어떻게 발전해 왔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동택 서강대 교수와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도 발제자로 나서 '한국 민주주의 100년의 역사, 4번의 민주 혁명', '한국 민주주의, 어디서 왔는가'를 주제로 각각 강연하며 1919년 3·1 운동부터 2017년 촛불 집회까지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되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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