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장소 센토사섬 확정에 경호 비상"
주요 국제행사 경험 적어 어려움 예상…추가비용도 발생
외부접근 차단엔 더 유리할 수도…수려한 경관 장점 꼽혀
(싱가포르=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세기의 담판'으로 기록될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가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로 확정된 데는 경호와 보안에 유리한 입지조건이 최우선으로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선 주요 국제 행사가 열린 적이 별로 없어 싱가포르 당국은 전례가 없는 역사적인 행사를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안전하게 치러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6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유력지인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센토사 섬은 하루 평균 5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싱가포르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한 곳이다.
특히 이달 초부터 동남아 지역의 각급 학교가 잇따라 방학에 들어가고 있는데다, 인구 2억6천만 명의 이웃 국가 인도네시아가 이슬람 금식 성월 종료를 앞두고 9일부터 12일간의 연휴에 들어가는 만큼 북미정상회담에 즈음해 센토사 섬 방문객은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현지 보안 컨설팅 업체인 소베루스의 모회사 세쿠라 그룹의 옹 콕 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잠재적으로 심각한 교통상 애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호와 보안에 드는 비용 자체도 도심에서 회담을 진행할 때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륙교로 싱가포르와 연결된 센토사 섬은 해상을 통해서도 접근할 수 있는 만큼 인근 해역에 해안경비대(PCG)를 배치하는 등 인력과 장비의 추가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주요 국제행사가 치러진 적이 드물어 관련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우려 사항으로 지적된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보안 전문가는 "센토사 섬이 이런 고위급 회담 장소로 선정된 것은 이례적이어서 현장 당국자들이 익숙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과 함께 유력한 회담 장소로 거론됐던 샹그릴라 호텔은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의 첫 양안(兩岸) 정상회담이 열렸을 정도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국제회의 유치 경험도 풍부하다.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만이 가진 장점도 적지 않다.
싱가포르 라자나트남 국제연구원(RSIS)의 빌비어 싱 겸임교수는 "본토와 연결된 다리와 모노레일, 케이블카만 통제하면 섬을 사실상 봉쇄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강점"이라고 말했다.
주변 시야가 틔어 있어 드론 등을 날리는 행위를 효과적으로 단속할 수 있다는 것도 경호와 보안에 유리한 조건이다.
회담장으로 쓰일 카펠라 호텔은 언덕 꼭대기에 있는 데다 주변에 수목이 우거져 외부에서의 관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섬 뒤편 팔라완 해변과 주변 전망대에서 건물 윤곽을 볼 수 있지만, 내부를 들여다볼 수는 없다.
무엇보다 큰 장점으로는 콘크리트 정글 한복판인 샹그릴라 호텔과 달리 자연경관이 수려하다는 점이 꼽힌다.
현지 외교가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남북정상회담 때 선보였던 '도보다리' 산책과 같은 색다른 장면을 연출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는 카펠라 호텔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해변을 두 정상이 함께 걸으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거론된다.
이런 '깜짝 이벤트'는 정상 간 유대와 신뢰 구축뿐만 아니라 회담의 전반적 분위기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RSIS 소속 외교·대외정책 전문가인 앨런 청 박사는 "이처럼 역사적인 정상회담의 장소를 정하는 데는 경관 또한 중요한 요소"라면서 "센토사 섬의 푸른 하늘과 바다, 무성한 수림은 평화와 평온의 강력한 상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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