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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시민참여형 통일과 남북연합 진행 중"
창비 '변화의 시대를 공부하다' 출간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분단체제론을 이야기하면서 그동안 세 가지를 끈질기게 주장했습니다. 분단체제가 흔들린다는 것, 시민참여형 통일이 필요하다는 것, 남북연합이 이뤄져야 비핵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남북의 다른 체제가 '분단'을 재생산하면서 적대적 의존관계를 형성했다는 분단체제론을 주창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5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북관계 개선이 분단체제론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창비 명예편집인으로 팔순을 맞은 백 교수는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된 지난해 11월부터 약 3개월간 교사, 교수, 문인, 시민운동가 30명과 함께 '창비담론 아카데미'에 참가해 남북관계와 한국사회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창비가 펴낸 신간 '변화의 시대를 공부하다'는 분단체제론 극복과 변혁적 중도주의라는 관점에서 진행한 창비담론 아카데미가 남긴 집단지성의 성과물이다.
변혁적 중도주의는 분단체제에 무관심한 개혁주의, 전쟁에 의존한 변혁, 남한이나 북한만의 변혁에 치중한 노선, 변혁을 민족해방으로 단순화하는 노선을 비판하는 인식 체계를 지칭한다.
창비담론 아카데미가 종료한 지 불과 4개월 남짓 흘렀지만, 한반도 정세는 급변했다.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12일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음으로 만난다.



백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듯 이날 출간 간담회에서 기존에 펼친 주장을 어떻게 재해석하고 현실에 적용할지에 대해 논했다.
그는 "20년간 분단체제가 흔들린다고 했는데, 최근 정세를 보면 이 말은 맞는다"며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분단체제가 안정화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을 펴는 사람이 있었지만, 한반도에 긴장감이 커진다고 해서 분단체제가 복원되는 것은 아니고 더 위험한 체제로 변한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시민참여형 통일에 관해서도 기존 견해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시민참여형 통일은 남북 교류나 회담에 시민 대표가 얼마나 많이 참여하는가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통일 과정에 시민이 개입하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북관계 발전에 역행하는 정부를 갈아치운 촛불혁명이야말로 시민참여형 통일의 임무를 멋들어지게 수행한 것"이라고 평가한 뒤 "전쟁은 안 된다고 선언한 촛불정부가 남한에 들어서지 않았다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풀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남북연합 없이는 비핵화가 불가능하다'고 한 말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남북연합과 연방제는 다릅니다. 남북연합은 남쪽엔 남한 정부, 북쪽엔 북한 정부가 있는 상태에서 교류와 협력으로 연합과 비슷한 체제를 형성하는 것이죠. 남북 정상이 두 차례 판문점에서 만났고, 앞으로 여러 차례 만남이 예상됩니다. 저는 이미 남북연합이 진행 중이라고 봅니다. 연합제에도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백 교수는 한반도를 불완전한 상태로 보는 분단체제론과 달리 남북 체제를 인정하고 평화 공존을 도모하자는 양국체제론을 배격하면서 '통일'을 반드시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통일 논의를 민족주의 통일론과 흡수통일론으로 단순화하는 시각은 학문적 양심을 포기한 발상이라고 비판한 뒤 "주류가 되는 통일 방안은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도 남북관계가 점차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평화와 번영, 통일을 향해 첫발을 뗀 상황에서 과거로 돌아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시민이 관심을 두고 개입해야 통일이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의 잔치판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시민은 정부가 통일 과정에서 잘못한다면 개입해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280쪽. 1만5천원.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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