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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현장 보고서] ⑪ 발전과제는…전문가 제언(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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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현장 보고서] ⑪ 발전과제는…전문가 제언(끝)

"파견교수 늘려야" "펠로우십·초청연수 지원 필요" "산학협력 강화하자"
"최신동향 파악 위해 교류 활성화돼야" "중고교 한국어 수업에도 관심을"

(호찌민·자카르타·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대학의 한국학 전문가들은 한류열풍과 경제교류가 확대되는 지금이 한국학 발전의 호기라며 한국 정부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들은 한국학이 한국어에 능숙한 기능인을 양성하는 한계를 넘어 상아탑의 주요 학문으로 자리잡기 위한 과제로 교수진의 확충과 재교육, 한국 파견 교원 제도의 개선, 산학 협력 강화와 현지화, 교재 개발 및 확충, 한국학 학술대회 개최 등의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 응웬 따이 프엉 마이 호찌민국립인문사회과학대 교수 = 올 초 베트남 한국학과 현황을 조사하니 한국학과가 있는 23개 대학의 전임 교원은 석사 학위 소지자가 62%로 가장 많고, 학사 소지자가 23%,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는 15%에 불과했다. 게다가 교수진 숫자도 부족해 안식년은 엄두도 못 내고 강의를 소화하기 바빠 연구에 몰두하기 힘든 상황이다. 고등교육을 펼치는 곳이 대학이므로 강사의 수준을 올리는 것이 과제다.
전체 교수진 가운데 언어학 전공자가 50%를 차지해 대학마다 한국어에 치중된 커리큘럼을 개편하고 싶지만 교원 수급이 어려워 손을 놓고 있다. 졸업 후 한국 유학을 다녀온 학생들이 대학으로 돌아올 자리가 없다 보니 학문의 연속성이 끊어지는 아쉬움이 크다. 전문교원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대학원이 꼭 필요한데 제일 빠른 방법은 KF에서 객원교수 파견을 늘여주는 것이다.

◇ 부이 판 안트 호찌민기술대 대외협력 부장 =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지원으로 3년 전 대학에 베-일본기술교육원(학사과정)이 생겼는데 2천 명의 학생이 다닌다. 학기마다 100명이 교환학생으로 일본 대학에 유학하고 교원 능력 향상을 위한 초청 프로그램도 다양해 교육의 질이 갈수록 높아진다. 일본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도 지원을 받아서 같은 형식의 한-베기술교육원을 설립하고 싶다. 무한정으로 도와달라는 말이 아니다. 자체적으로 성장 동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후원이 필요하다.

◇ 에바 라피타 인도네시아국립대 한국학과장 = 한국학을 12년째 운영하면서 제일 아쉬운 것은 해외 한국학 교육자들과의 교류가 없다는 점이다. 외국에서는 어떤 과목에 비중을 두고 어떻게 교육하는지 궁금하다. 전 세계 100개 대학에 한국학 강좌가 있는데 관련 교수들이 모두 모이는 '세계 한국학 학술대회'를 한국 정부가 주도해서 열어주면 좋겠다. 한국학 분야의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교수법도 익히는 자리를 만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기가 속한 대학의 한국학이 어느 수준에 왔는지 알게 돼 자연스럽게 자극도 받게 될 것이라서 교육 활성화도 앞당겨질 수 있다.

초기에는 한국 정부가 대회를 주도하고 자리를 잡으면 다음부터는 해외 각국의 한국학 거점대학이 중심이 돼 돌아가면서 대회를 개최하면 된다. 교수들뿐만 아니라 한국학 전공생의 시야도 넓어지고 비전도 키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 김태형 호찌민한국교육원장 = 올해 한국 내 외국인 유학생 중에 베트남 출신은 3만2천800명(22%)으로 중국(7만900명, 47%) 다음으로 많다. 교육원의 한국어 강좌에는 매년 2천여 명이 몰리고 한국어능력시험을 연간 5회 치른다. 베트남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시험 횟수가 많은 곳이다. 국내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취업하거나 한국으로 유학·취업하려는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건비가 상승해 중국에서 한국기업이 철수했던 기억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행히도 베트남 한국기업들은 현지화를 적극적으로 시행해 능력 있는 현지인을 관리직으로 적극적으로 발탁한다.
최근에 한국학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한국기업 선호이유 중에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 외에도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회사 분위기를 꼽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한국학과 학생을 인턴으로 선발하거나 장학금을 지원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산학협력이 잘 될수록 한국학의 뿌리가 굳건해질 것이다.

◇ 신영덕 인도네시아교육대 교수 = 최근 많은 대학에 한국학 강좌가 개설되고 학과도 생겨났지만 중국학이나 일본학에는 못 미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자국학 진흥을 펼쳐왔기에 현지 중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중국어나 일본어를 배우는 학생들 많다 보니 지역학으로서의 저변이 훨씬 넓다.
인도네시아도 2013년부터 한국어를 중고교의 제2외국어 과목으로 지정했지만 도입한 학교가 없었다. 한국어를 가르칠 교사가 없어서다. 2015년 한국어교육교육대에 한국어교육과가 신설돼 내년부터 교사를 배출한다. 중고교에서부터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늘어날수록 한국학의 토대가 더 굳건해질 것이다. 아쉬운 것은 중고생을 위한 맞춤형 한국어 교재가 없는 점이다. 한국 정부에서 대학의 한국학만이 아니라 중고교의 한국어 수업 진흥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 장용수 말레이시아 말라야대 교수 = 한국 정부기관에서 한국학 진흥을 위해 파견된 교원들은 부임 초기 대부분 기존교원의 미움을 사는 경우가 많다. 의욕은 넘치는 데 비해 한국에서처럼 교육행정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다 보니 기존교원과 불협화음이 생기기도 한다. 파견 전 대상국가 교육행정이나 풍토 등에 대한 사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여러 민족이 섞여 살고 외국인도 많이 들어와 있는 동남아국가로 파견을 보낼 때는 다문화에 대한 교육이 꼭 필요하다.
KF, KOICA, 한국국제교육원 등의 한국학 해외 파견교원제도를 장·단기로 다양화하는 등 부임 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학과를 신설하거나 특정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연속성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무 역량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물론이고 학교와 비전공유가 우선되어야 한다.
wakar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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