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를 가다] 대전 동구청장…보수층 갈리며 3자 대결구도 형성
바른미래당 한현택 3선 관심…민주당 황인호 높은 지지율로 한발 앞서
한국당 성선제 보수결집 외치지만 바른미래와 단일화 쉽지 않아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대전 동구청장 선거는 지역에서 유일한 바른미래당 소속 구청장인 한현택(62) 후보의 3선 도전으로 관심이 높은 지역이다.
여기에 여당 지지율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 황인호(59) 후보와 보수 집결을 외친 자유한국당 성선제(51)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면서 3자 대결구도가 완성됐다.
대전 동구는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곳으로 꼽힌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보수표심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갈라져 있어 황 후보가 한발 앞서나가는 모양새다.
이런 판세는 여론조사 결과에 그대로 나타난다.
대전·충남 인터넷신문 '굿모닝충청'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6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4.2%포인트) 결과 황인호 후보가 50.7%로 성선제 후보(20.9%), 한현택(16.8%)를 크게 앞섰다.
그러나 선거운동이 본격화하고 야권 후보의 질주에 위기감을 느낀 보수가 집결해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면 선거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지역 정가의 중론이다.
현역 프리미엄을 앞세워 3선 도전에 나선 한현택 후보는 4년 전 민주당 간판으로 당선됐으나 안철수 전 의원을 좇아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겼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으로 바른미래당 소속이 됐다.
오랜 공직생활과 구청장 8년을 거치며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지역구를 탄탄하게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후보자 개인의 높은 인지도에 반해 당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않아 속을 태우고 있다.
한 후보의 구청장 재임 시절 대전 동구는 바른미래당과 전신인 국민의당의 궂은일을 마다치 않으며 충청권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국민의당이 중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전에서 중앙당 창당식을 열었고, 한 후보를 최고위원 자리에 앉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조만간 충청권 구심을 사수하기 위한 바른미래정당 지도부의 전폭적인 선거운동 지원이 예상된다.
여기에 맞서는 민주당 황인호 후보는 구의원 4선과 대전시의원을 지내는 등 만만찮은 경력을 자랑한다.
치열한 당내 경선 끝에 공천을 받은 황 후보는 동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민주당 깃발을 꽂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캠프 이름을 '더 신바람 캠'으로 정했다.
20년간 지방의회 경험을 축적한 황 후보에게 떨어질 줄 모르는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은 최대 지원군이다.
무엇보다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한현택 후보와 한국당 후보가 보수표를 양분한 것도 황 후보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다.
황 후보는 낙후된 동구를 살리겠다며 주민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계족산과 식장산을 잇는 관광벨트를 구축해 많은 사람이 찾는 동구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보수결집을 외치며 새롭게 등장한 자유한국당 성선제 후보는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변호사 출신으로 참신한 이미지가 강점이다.
동구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장우 국회의원과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배경으로 보수 지지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사격을 받고 있다.
성 후보는 보수층이 결집하면 한 후보로 흘러간 표심을 끌어올 수 있다고 자신한다.
성 후보는 "원도심인 동구는 지난 10년간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신도심과의 불균형 해소와 정주 여건 개선 등 앞으로 해야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오랫동안 쌓은 다양한 인맥과 풍부한 경험을 '좋은 동구'를 만드는 데 활용하겠다"고 다짐했다.
보수층을 결집하려면 바른미래당과의 단일화가 전제돼야 하지만, 동구의 정치구도로 미뤄볼 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성 후보의 최대 지원자인 이장우 의원이 정적인 한현택 후보와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어 성 후보와 한 후보 간 단일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게 지역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이장우 의원과 한현택 후보의 관계를 생각하면 단일화 가능성이 많지 않다고 본다"며 "하지만 보수성향이 강한 동구에서 막판에 특정 후보에게 표심이 몰리면 예측하기 힘든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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