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 부는 여풍…'주체적 여성'에 주목
여성 중심 영화 6~7편 집중 개봉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스크린에 여풍이 불고 있다.
여성을 중심으로 한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을 앞뒀다. 미투 운동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극장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달에만 '아이 필 프리티', '밤쉘', '오션스8', '여중생A', '마녀', '허스토리' 등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국내외 영화 예닐곱 편이 관객을 찾는다. 코미디, 액션,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장르는 물론 소재도 다채롭다.
6일 개봉하는 '아이 필 프리티'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예뻐졌다고 착각한 여성이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일과 사랑을 모두 쟁취하는 내용의 코미디다.
업무능력과 유머감각, 남다른 패션센스까지 지녔지만 다소 통통한 외모가 콤플렉스인 르네(에이미 슈머)는 사고를 당한 뒤 깨어나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란다.
통통한 여인은 온데간데없고 그토록 꿈꾸던 늘씬한 미모의 여인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르네 혼자만의 착각이다. 자신감이 충만해진 르네는 외모 때문에 주저한 일에 하나씩 도전한다. 뉴욕 5번가에 있는 명품 화장품 회사 안내 데스크 직원에 지원해 뽑히는가 하면, 처음 본 남자에게 전화번호를 주기도 한다.
영화는 외모에 대한 온갖 편견을 코믹하게 비틀면서 결국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열정이라고 말한다. 르네 역을 맡은 코미디 배우 에이미 슈머가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를 펼쳤다.
'밤쉘'(7일 개봉)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우로 불린 헤디 라머(1913∼2000년)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사람들은 그의 화려한 외모에 열광했지만, 사실 라머는 과학자이자 발명가이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출신 이민자인 라머는 2차 세계대전 발발로 민간인이 탄 여객선조차 독일 잠수함 공격을 받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무선조종이 가능한 어뢰 개발에 착수한다. 라머는 무선으로 어뢰를 조종하려면 보안기술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모함과 어뢰가 주파수를 바꿔가며 통신을 주고받는 개념을 창안하고 '주파수 도약'이라고 이름 붙였다. 주파수 도약은 오늘날 GPS 등 무선통신 산업 근간을 이루는 기술이다. 영화는 외모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라머의 주체적인 삶과 과학적 호기심, 그 결과물 등을 소개한다.
13일 관객과 만나는 '오션스8'는 '오션스 일레븐'(2001) 여성판이자, 스핀오프(파생작)다.
샌드라 블록, 앤 해서웨이, 케이트 블란쳇, 사라 폴슨, 리한나 등 할리우드 유명 여배진이 총출동했다. 톱스타 목에 걸린 1천500억 원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훔치려고 모인 범죄 전문가들의 활약을 그린 케이퍼 무비다.
멤버들의 화려한 두뇌플레이와 입담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뉴욕에서 열리는 최대 패션 행사 '메트 갈라'가 무대인 만큼 각종 패션 브랜드와 톱스타들도 등장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헝거 게임:판엠의 불꽃'을 연출한 게리 로스 감독이 연출했다.
이달 말 개봉하는 민규동 감독 '허스토리'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로, 묵직한 감동과 울림을 줄 예정이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벌인 수많은 법정투쟁 가운데 유일하게 일부 승소를 받아낸 '관부 재판'을 소재로 한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23회에 걸쳐 일본 시모노세키를 오가며 힘겨운 법정투쟁을 벌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이들의 승소를 위해 함께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김선영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했다.
'마녀'(6월 말 개봉)는 '신세계', '대호', '브이아이피' 등 선 굵은 남성영화를 주로 만든 박훈정 감독의 신작으로,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미스터리 액션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여고생 자윤은 보호시설에서 수많은 이가 죽는 사고가 나던 날 밤, 홀로 탈출해 살아남은 뒤 모든 기억을 잃는다. 이후 그 앞에 의문의 인물들이 나타나면서 미스터리한 사건이 벌어진다.
신예 김다미가 오디션에서 1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자윤 역으로 발탁됐고 조민수, 박희순, 최우식 등이 출연했다. 배우들의 신선한 조합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 신선한 액션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이달 20일 간판을 다는 '여중생A'(이경섭 감독)는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취미는 게임, 특기는 글쓰기지만 자존감이 바닥인 여중생 미래(김환희)가 처음으로 사귄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상처받고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다.
'곡성'에서 빼어난 연기를 선보인 김환희가 주연을 맡았다. 중학생들의 친구 문제, 가정폭력 등 현실적인 문제를 담아내며 웹툰의 명대사들을 녹여내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최근 사회 전반에 여성의 주체적인 모습을 부각하고 전형적인 편견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만큼, 영화도 이런 변화와 가치를 담아내는 데 적극적"이라며 "앞으로 한국영화들도 점점 더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선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체 개봉 영화 편수를 고려하면 여성 중심 영화 숫자는 여전히 미미한 편이다. 또 여름 대작이 쏟아지기 전 숨 고르기 시즌인 6월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것도 여성 영화의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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