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먹구름] '6월 위기설' 현실로?…커지는 불안감
신흥국 채권 6주째 자금이탈·서유럽펀드 22개월 만에 최대규모 유출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신흥국 통화위기, 이탈리아발 유럽 경제 불안, 미국 보호주의에 따른 무역전쟁 위험 등 '엎친 데 덮친' 악재들로 인해 세계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이런 악재들은 글로벌 경제가 금융위기 후 10년간의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주요국 통화정책이 '완화'에서 '긴축'으로 기조를 바꾸려는 전환기의 시점에 터져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굳건한 회복세를 보이는 미국 경기와 달리 유럽과 일본 등 여타 국가들은 경기 회복세가 부진한 가운데 국지적 악재들로 흔들리자 미국과 여타 국가 간 경기 흐름이 차별화되는 '탈(脫)동조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까지 가세하면 글로벌 투자자금이 신흥국에서 이탈하는 '머니무브'가 빨라지고, 이는 다시 금융시장 혼란과 경기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 주요국 증시 고전…미국 외 모든 지역서 자금 유출
불안감은 먼저 금융시장에서 표출되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지수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1,120.71로 지난 1월 말 찍었던 고점 대비 12% 하락했다.
선진국 증시 흐름을 보여주는 MSCI 세계지수는 지난달 말 2,092.92로 연초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작년 말 수준으로 내려갔다. 선진·신흥국 시장을 아우르는 MSCI 전세계지수(ACWI)도 고점 대비 7.6% 떨어져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그나마 양호한 실적을 보여주는 북미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돈을 빼내고 있다.
신흥국 통화위기가 불거지자 신흥국 채권 펀드에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유럽 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데 더해 이탈렉시트 우려까지 불거지자 유럽 선진국 펀드도 자금 순유출에 시달리고 있다.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24∼30일 일주일간 서유럽 펀드에서는 주식 45억달러, 채권 13억달러 등 총 58억달러가 순유출됐다.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직후인 2016년 7월 이후 22개월 만에 최대규모의 자금이탈이다.
신흥국 채권 펀드는 6주일째 순유출이 이어졌고 신흥국 주식 펀드도 대부분 지역에서 유출 흐름을 보여 전체적으로 순유출 규모가 늘었다.
◇ 경기회복 징후 어디 갔나…글로벌경기 불안감 여전
이런 금융시장의 동요는 단편적인 악재들뿐 아니라 세계 경기가 꾸준하게 개선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지 못한 영향이 크다.
유로존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4%에 머물렀으며 영국의 1분기 GDP 역시 전 분기 대비 0.1% 증가에 그쳤다.
5월 유로존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고, JP모건은 유로존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전년 대비 2.5%로 기존보다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일본은 1분기 GDP가 0.2% 줄어 9분기 만에 경제가 위축세로 돌아섰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신흥국에서 통화가치 급락과 자금 유출 등이 금융여건 악화로 이어져 내년 성장률이 0.25%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터키 등은 국가 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작년 평균을 훌쩍 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30일 보호무역 확산, 지정학적 긴장 고조, 신흥국 금융불안 등을 지적하며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8%로 0.1%포인트 내렸다.
◇ 미 금리인상 '6월 위기' 촉발할라…긴축발작 재연 우려
시장의 관심은 '경제위기 10년 주기설'과 함께 이달 고비를 넘길지에 쏠려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2∼13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점쳐진다.
1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이 보는 이달 금리 인상 확률은 88.8%로, 지난달 초의 100%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인상론이 대세다.
미 연준이 통화정책 결정에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미국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등 국내 지표가 나쁘지 않아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기대 이하의 유로존 성장세와 이탈리아발 금융시장 불안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연준이 예상대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 신흥국에서 해외 자본이 이탈하는 등 '긴축발작'이 일어나고 이는 세계 경제를 흔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6월 위기설'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앞서 연준 소속 경제학자들은 보고서에서 미국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신흥국 GDP가 3년 후 0.8% 감소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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