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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해외 비판 세력 단속하기 위해 인터폴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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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해외 비판 세력 단속하기 위해 인터폴 악용
인터폴 회원국에 수배령 남발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국내외 '반푸틴'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정부가 이의 일환으로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를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에 비판적인 해외 인사들을 겨냥해 무차별적 수배령을 발동해 현지 경찰이 체포하게 한 뒤 본국 인도를 시도하는 것이다.
시사지 애틀랜틱은 지난달 30일 스페인 방문 중 현지 경찰에 체포된 국제투자가 빌 브라우더의 예를 들어 러시아가 무차별 수배령을 남발해 인터폴에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명 헤지펀드 운용자인 영국 국적의 브라우더는 당초 러시아에 대한 최대 외국인 투자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푸틴 대통령의 열렬한 팬이었으나 펀드 변호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가 러시아 당국에 체포돼 사망한 후 지금은 인권활동가로 러시아 관리들의 부패와 푸틴을 강력 비판해 오고 있다.
러시아 교도소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마그니츠키 변호사는 이후 미국 등 서방이 제정한 러시아 인권탄압 관련 인사들을 제재하는 '마그니츠키'법의 장본인이다.
브라우더는 최근 마그니츠키 투옥과 사망을 둘러싸고 자신이 겪은 일을 밝힌 '적색수배령'(Red Notice)을 출간하기도 했다.
브라우더는 체포된 후 프랑스 리옹에 위치한 인터폴 사무국이 스페인 경찰에 '러시아 요청을 따르지 않도록' 권고함에 따라 곧 석방됐다.
브라우더는 자신의 트윗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전하면서 러시아가 자신과 관련해 6번째 인터폴을 이용한 케이스라고 비난했다.
마그니츠키는 당시 러시아 관리들이 위조문서로 횡령한 사실을 고발했다가 러시아 당국에 체포됐으며 러시아 측은 오히려 이들 두 사람을 사기와 탈세 죄목으로 기소했다.
인터폴은 자체적으로 체포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다. 명칭과 달리 실제로는 자체적인 경찰력과 영장발부권이 있는 '국제경찰'은 아니다. 192개 회원국 간의 사법공조나 정보처리 역할을 하고 있다. 회원국은 모든 다른 회원국에 특정인에 대한 수배령을 통보할 수 있다.
한 나라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을 피하려고 다른 나라로 도주하는 경우에는 인터폴이 유용하다. 현지 법 집행 당국은 자국의 법체계에 따라 회원국의 수배령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한다.
문제는 '범죄'에 대한 인식과 개념이 회원국별로 상이한 데 있다.
반정부활동이나, 나아가 통상적인 언론활동의 경우 서방 민주국에서는 법으로 보호받고 있지만, 러시아나 이란, 베네수엘라 등 독재나 권위주의 국들에서는 이러한 활동이 범죄가 될 수 있다.
인터폴은 역할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자체적인 노력을 펴고 있지만 때에 따라 독재국들이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적 법 집행에 영향을 미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적 법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폴 정관은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정치적, 군사적, 종교적 또는 인종적' 성격의 사안에 대한 간여를 금지하고 있다.
브라우더의 경우 인터폴은 회원국에 공식 수배령을 통보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인터폴은 그동안 브라우더건(件)을 정치적인 것으로 간주해 브라우더에 수배령을 내려달라는 러시아 측 요구를 거절해왔다.
그러나 여기에도 일부 허점이 있다. 적색수배령은 인터폴 자체로부터 승인을 얻야하지만 인터폴의 승인이 필요 없는 '전파' 통지라는 게 있다.
회원국들 간에 수배령에 대한 정보를 직접 주고받는 것으로 러시아가 '장난'을 칠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인터폴은 규정에 부합하지 않은 수배령 통지를 각국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하도록 요청하고 있으나 그 이행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브라우더는 러시아가 그동안 6차례에 걸쳐 수배령 통보를 시도했으나 모두 거부됐다면서 그러나 러시아가 "100번 시도할 경우 한 차례는 성공할 수 있다"고 러시아 측의 무차별 물량공세를 경계했다.
국제인권단체에 따르면 실제 2013년 망명 중인 환경운동가 페트르 실라에프가 러시아 측 수배령에 따라 스페인 경찰에 체포돼 러시아로 인도될 뻔했다. 죄목은 경기장 난동이었다.
그는 결국 스페인 법원에 의해 석방됐으나 6개월간 법적 투쟁을 벌여야 했다.
러시아 출신 변호사로 미국에 망명한 파벨 이블레프도 러시아 측 수배령으로 포르투갈 리스본 공항에서 항공기를 갈아타다 현지 경찰에 체포된 바 있다. 그는 횡령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러시아 석유재벌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의 변호사였다.
이들은 결국 인터폴의 개입으로 풀려났으나 러시아가 체제 비판자들을 단속하기 위해 국제기구를 악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사법감시기구인 '공정 재판'(Fair Trials)은 러시아의 수배령 남발이 비록 그 효력이 짧은 기간이지만 인터폴에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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