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를 가다] 충남 천안시장…학교 선후배 건곤일척 승부
민주 구본영·한국당 박상돈 '정치 멘토-멘티 사이'…선거캠프도 같은 건물·같은 층
(천안=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 충남 최대 도시인 천안에서 시장 자리를 놓고 학교 선후배이자 정치적 멘토·멘티 사이의 건곤일척 승부가 펼쳐져 주목받고 있다.
천안시장 선거는 재선을 노리는 더불어민주당 구본영(65) 후보에 자유한국당 박상돈(68) 후보와 무소속 안성훈(57) 후보가 도전하는 3파전 양상이다.
하지만 시민의 관심은 구본영, 박상돈 후보 간 한판 대결에 쏠려 있다.
두 후보가 학교 선후배 사이인 데다 공직생활 출발과 정계 입문 과정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때는 정치적 동지이기도 했다.
구 후보는 박 후보의 중학교와 육사 2년 후배다. 구 후보의 정치입문을 도와준 정치멘토도 박 후보다. 두 후보는 나란히 장교생활을 하다 행정공무원(유신사무관)으로 전직한 뒤 관료로 승승장구했다.
구 후보는 박 후보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고 한때는 같은 정당에 몸담기도 했다. 두 사람의 정치 행보는 2012년 말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의 합당 과정에서 엇갈리기 시작했다.
당시 구 후보는 탈당 뒤 민주당에 입당했고, 박 후보는 새누리당을 선택하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당시만 해도 지역 정치권에선 두 후보가 천안시장 선거에서 맞붙을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출마했던 구 후보는 53.1%(11만5천712표)를 얻어 새누리당 최민기 후보(39.7%)를 누르고 당선됐다.
앞서 구 후보는 2006년 열린우리당과 2010년 자유선진당 간판으로 각각 천안시장 선거에 도전했으나 쓴잔을 마셨다.
박 후보는 2002년 6월 지방선거에 천안시장으로 출마했으나 후보등록서류 미비로 후보자격을 잃어 중도에 하차했다.
하지만 2004년 17대 총선 때 천안을 선거구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고, 2008년 18대 총선 때는 자유선진당으로 후보로 나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2012년 19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마와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받아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뒤 지난 1월 피선거권 회복과 함께 한국당 후보로 천안시장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
두 후보는 공교롭게도 이번 선거를 앞두고 한 건물 같은 층에 선거사무소를 마련했다.
같은 선거에 출마한 경쟁자가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선거사무소를 설치한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두 후보는 공식선거운동 첫날부터 격돌했다.
박상돈 후보는 지난달 31일 시내 곳곳에 '구본영 뇌물수수 혐의 검찰 기소, 6월 20일 재판'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일제히 내걸었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시민들이 구본영 후보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 선거관리위원회의 질의회신을 받아 현수막을 게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 후보 측은 "재판 일정을 마치 범죄사실이 입증된 것처럼 호도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건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박 후보 측은 네거티브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천안시장 후보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도시임을 고려해 굵직굵직한 개발 공약을 내걸었다.
구본영 후보는 성환 종축장 이전부지에 4차 산업 첨단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하고 100만㎡ 규모의 수목원을 조성하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박상돈 후보는 시 소유인 시청 옆 체육부지(13만㎡)를 상업용지로 변경 매각한 뒤 그 대금(4천억∼5천억원)을 현안사업 재원으로 마련하고, 독립기념관에서 K-컬처 엑스포를 개최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들 후보보다 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안성훈 후보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및 서울대 특화캠퍼스 유치, 독립기념관과 아우내 장터를 연결하는 관광벨트 형성, 천안 신문고 설치, 역사 테마관광 활성화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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