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양심 있는지 의심"…준희양 피고인들 향한 검사의 분노
검찰, 친아버지·친부 동거녀에게 무기징역 구형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피고인들은 호흡도 못 하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본인들이 처벌받을까 봐 두려워 준희양의 생명을 짓밟았습니다. 범행 후 생일 파티하고 여행을 간다든지, 취미생활을 즐긴다든지. 도대체 인간적으로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고준희(사망 당시 5)양 학대치사·암매장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법정에서 피고인들을 향해 분노를 토해냈다.
김명수 전주지검 3부장 검사는 30일 전주지법 제1형사부 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준희양 친부 고모(37)씨와 고씨 동거녀 이모(36)씨의 후안무치한 행동과 비인간성을 작심하고 힐난했다.
김 검사는 "준희양은 아프다고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그렇게 죽었는데 여전히 피고인들은 눈물조차 흘리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갑상샘기능저하증을 앓던) 준희양을 맡기 전까지는 거의 정상을, 완치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수사과정에서 밝혀졌다"며 "그런데 며칠 만에 그렇게 죽어버렸다"면서 고인의 짧디짧은 삶을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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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희양은 숨질 무렵 물을 많이 찾았다고 한다.
김 검사는 "법의학자들 감정 결과에 따르면 갈비뼈가 골절돼 장기손상이나 출혈이 있으면 물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며 "폭행당한 그 날 준희양은 물을 찾았다. 피고인도 인정한다. 유난히 물을 많이 찾았다고 하더라"면서 울컥했다.
피고인들의 비정함과 냉혈함에 대한 비난은 계속됐다.
김 검사는 "준희양은 제대로 치료를 못 받았고 약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며 "거의 완치가 돼 가고 있던 아이가, 아무 죄도 없던 아이가…. 피고인들은 생명을 짓밟았다"고 울분을 쏟아냈다.
그의 한 마디는 금세 법정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고준희양이 뭘 잘못했습니까?"
그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이나, 한 번이라도 참회하는 모습이나, 아니면 이미 죽어버린 준희양에게 미안한 감정이나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격한 감정을 추스른 김 검사는 고씨와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암매장을 도운 이씨 어머니 김모(62)씨에게 징역 7년을 각각 구형했다.
실제 고씨와 이씨는 재판 내내 서로 죄를 떠넘기며 혐의 일부를 부인해 공분을 샀다.
이들은 지난해 4월 준희양 발목을 수차례 밟아 몸을 가누기 힘든 상황에 빠트리고 방치해 준희양이 숨지자 같은 달 27일 오전 2시께 김씨와 함께 시신을 군산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아동학대치사와 사체유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선고 공판은 6월 29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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