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6·12 집착으로 속도전 가열…교과서 아닌 본능대로"
급물살탄 북미정상회담 사전작업 속도에 전문가들 "놀이기구 탄 듯"
北비핵화 사전합의 가능할까 우려도…"트럼프 방식대로라면 해낼지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좌초 위기를 넘기고 급물살을 타고 있는 북미정상회담 준비 작업이 예정된 날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착 때문에 가속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뉴욕 회담'을 비롯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급박한 상황 전개와 관련, "회담 날짜로 6월12일을 고수하려는 트럼프의 집착이 그렇게 몰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참모들조차 예정대로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열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다는 경고를 내놨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최근의 급작스러운 방향 전환은 그가 외교 행동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낡은 교본을 던져버렸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WP는 분석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WP에 "이런 속도는 북한을 롤러코스터에 태운 것으로 시작해 축제 놀이기구인 '스크램블러'에 태운 것으로 나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스크램블러는 현기증 나고 관성에서 벗어난다"면서 "최소한 롤러코스터는 직선적이지만, 스크램블러는 동시에 사방팔방으로 움직인다"고 비유했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김 부위원장의 방미와 관련해 "이 모든 게 얼마나 빨리 움직이고 있는지는 물론, 모든 관습이 깨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차 석좌는 "우리는 그것(협상)을 거꾸로 하고 있다"면서 "최후의 성공을 상징하는 거대하고 중요한 스텝이 돼야 할 이 모든 것들이 아직 약속도 하지 않은 단계에서 처음부터 전면에 보여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너선 폴락 선임연구원은 이날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기고문에서 "아직 정상회담의 조건에 관한 북미 합의가 없고, 그런 합의에 도달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며 "열흘 뒤면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로 출발하는데 개념적인 조건에서도 합의된 게 적다는 사실은 뜻밖이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북한 핵무기의 조속하고 완전한 폐기와 관련해 미국과 북한이 대략적인 사전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고 WP는 전했다.
그러나 교과서적인 외교 프로세스를 무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술이 오히려 돌파구를 열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클링너 연구원은 "전통주의자들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과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 사이에는 정말로 큰 차이가 있다"면서 "그러나 트럼프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클링너 연구원은 "사람들이 '트럼프는 제시간에 모든 일을 완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할 때 그가 외교 교본을 버린다면, 스스로를 '협상 총책임자'로 여기고 자신의 직감과 본능에 따른다면, 아마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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