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안정성 10배 향상된 신개념 양자메모리 개발
하버드대 손영익 박사 "양자메모리의 극저온 작동 한계 극복 기대"
(대전=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양자컴퓨터 상용화의 큰 걸림돌 중 하나인 양자메모리의 정보 안정성을 10배 이상 높일 수 있는 신개념 양자메모리를 미국 연구진이 개발했다.
미국 하버드대 응용물리학과 마르코 론차 교수(교신저자)와 손영익 박사(공동 제1저자)팀은 30일 양자메모리가 담긴 다이아몬드를 폭 1㎛(㎛=100만분의 1m)의 선으로 깎은 뒤 전압를 가해 잡아당기는 방식으로 양자메모리 지속시간을 기존 수십나노초(나노초=10억분의 1초)에서 수백나노초로 10배 늘리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손 박사는 "기존 양자메모리는 절대온도 0.1K(-273.05℃)의 극저온에서 수십나노초 유지되는 수준"이라며 "이 연구 결과는 4K(-269.15℃)에서 얻은 것으로 극저온에서만 정상 작동하는 기존 양자메모리의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5월 22일)에 게재됐다.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보다 약 1억배 빠른 속도와 뛰어난 보안성 등으로 꿈의 컴퓨터로 불리지만 양자메모리 단위인 큐비트(qubit)의 불안정성이 실용화를 막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보를 기억해야 할 큐비트는 주변 환경에 너무 민감해 주위 원자의 떨림 영향만으로도 메모리 정보가 파괴될 수 있다. 과학자들은 큐비트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온도를 0.1K(-273.05℃) 극저온으로 낮춰 주위 원자의 떨림을 제어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런 극저온에서 대규모 시스템을 동작시키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큐비트의 안정성과 유지시간, 처리속도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가 양자컴퓨터 상용화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로 꼽힌다.
연구진은 큐비트 소재인 '실리콘 공동 중심'(silicon vacancy center)이라는 불순물이 함유된 합성 다이아몬드를 깎아 기타 줄처럼 만든 뒤 전기로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방식으로 안정성을 10배 높이는 데 성공했다.
탄소로 된 합성 다이아몬드에 실리콘이 불순물로 포함돼 생긴 '실리콘 공동 중심'은 그 안의 전자가 정보를 저장하고, 이 전자의 에너지 변화로 방출되는 붉은빛 광자가 정보 전달체 역할을 해 강력한 큐비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큐비트에 저장된 정보가 주위 원자의 진동만으로도 파괴된다는 게 문제다. 큐비트의 안정성을 높이려면 주변 원자의 진동을 제어하거나 큐비트 자체가 주변의 영향을 덜 받게 해야 한다. 온도를 절대영도 가까이 낮추는 것은 주변 원자의 진동을 제어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진은 큐비트 자체가 주변의 영향을 덜 받는 방법을 고안했다. 실리콘 공동 중심이 포함된 다이아몬드를 깎아 폭 1㎛의 기타 줄처럼 만들고 양쪽에 금속을 붙인 뒤 전압을 가해 이 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내부의 실리콘 공동 중심이 주위 원자 진동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팽팽하게 당겨진 다이아몬드 속 양자메모리는 기존 양자메모리보다 3.9K 높은 온도에서도 정보가 유지되는 시간이 수십나노초에서 수백나노초로 늘어났다.
최근 연구팀을 떠나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긴 손 박사는 "다이아몬드 큐비트는 최소 수백 나노초 동안 정보를 지닐 수 있어야 양자메모리로 활용할 수 있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안정성을 밀리초(1천분의 1초) 단위로 높이면 수백㎞ 양자통신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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