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스파이 수장' 출신끼리 맞수…폼페이오-김영철 '核담판'
CIA-통일전선부 물밑채널 가동하며 막후 접촉…북미 해빙국면 주역
비핵화-체제보장 빅딜 큰 그림 정리하며 합의문 조율할 듯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6·12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간에 이뤄질 '뉴욕 담판'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보수장 출신인 이들은 그동안 북미 간 막후접촉을 진두지휘하며 해빙 국면을 이끈 주역들이자 북미 정상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실질적 이인자'간 이번 고위급회담 결과가 주목된다.
판문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실무회담 논의 내용과 맞물려 폼페이오-김영철 라인의 논의가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주고받는 '빅딜'의 큰 그림을 정리해내면서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토대를 구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직접 대좌에 앞서 두 사람의 메시지를 전달받은 '복심'들간에 대리전 양상의 고도의 수(數)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수개월 전부터 카운터파트로서 핫라인을 구축하며 호흡을 맞춰온 사이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인 지난해 만든 CIA 전담팀인 코리아임무센터(KMC)를 통해 북한 통일전선부를 카운터파트로 하는 북미 정보당국 간 라인을 구축, 물밑 조율 작업을 진행해 왔다. KMC는 한국계인 앤드루 김이 센터장을 맡고 있다.
또한 폼페이오 장관이 두 차례 방북했을 때 모두 김 부위원장과 카운터파트로 회동한 바 있다. 김 부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을 면담했을 때에도 두차례 모두 배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차 방북 때였던 지난 9일(한국시간) 평양 고려호텔에서 김 부위원장과 접견한 자리에서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김 부위원장을 향해 "그 과정에서 많은 도전이 있겠지만, 당신(김영철)은 우리 두 나라 정상의 성공적인 회담 개최를 위해 일하는 데 있어 훌륭한 파트너였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CIA 국장으로서 막후에서 북미간 접촉을 지휘하던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3월 국무장관으로 전격 발탁된 데 이어 4월 의회 인준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명실상부하게 역사적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하는 '키맨'으로서 전면에 부상했다.
그는 정보수장인 CIA 국장 시절 매일 정보보고를 하며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쌓아 왔으며, "전임 정권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과거 CIA의 협상 관련 기록들을 꼼꼼하게 '복기'하는 한편으로 오랫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김 위원장과 북한에 대한 정보 수집· 축적에도 만전을 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원조 매파'로 분류돼왔지만, 이번 북미 협상 과정에서는 상대적으로 유연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화당의 텃밭인 캔자스에서 연방 하원의원을 3차례 역임했으며, 미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기갑부대 장교를 거쳐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로 활동했다.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방미길에 오른 김 부위원장은 올해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시작된 정세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핵심 인물이다.
통일전선부장으로서 한국의 국정원, 미국의 CIA와의 삼각채널을 가동하며 단순히 대남 분야를 넘어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전반을 총괄해왔다.
그는 당 통일전선부장 자격으로 국정원과 핫라인을 가동하며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방남 등을 직접 조율했다. 동계올림픽 폐회식에는 직접 대표단을 이끌고 남쪽을 찾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4·27 첫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 26일 2차 정상회담 그리고 김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두 차례 회담에 유일하게 배석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북한 군부 내 대표적인 '대남통'인 김 부위원장은 지난 2015년 말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양건의 후임으로 2016년께부터 당 통일전선부장직을 맡았으며, 2009년에는 중장에서 상장으로 승진하면서 대남 공작 사령탑인 총참모부 정찰총국장에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정찰총국장을 맡고 있었던 점 등 때문에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인물 중 하나로 인식됐던 그는 지난달 2일 방북한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 취재제한을 사과하면서 자신을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라고 칭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의 미국행은 폼페이오 장관의 두 차례 방북에 대한 답방으로, 폼페이오-김영철 고위급 담판에서 2주 앞으로 다가온 북미정상회담의 의제와 합의문 조율 등이 사실상 마무리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김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갖고 왔는지,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이 전격 성사될지 등도 관심을 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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