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10년 트레이드 이력, 신뢰 무너지니 의심투성이
10년 동안 트레이드 22건…10개 구단 중 최다
현금 낀 공식 트레이드는 4건…이번에 2건 추가로 드러나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전투적인 트레이드로 2018년부터 2∼3년 동안 일을 낼 자신이 있다."
고형욱 넥센 히어로즈 단장은 지난해 4건의 트레이드(선수 양수·양도 계약)를 추진한 뒤 이와 같은 말로 '뒷돈'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넥센 구단은 지난해 kt wiz에 윤석민을 보내면서 5억원, NC 다이노스에 강윤구를 내주며 1억원을 받은 게 뒤늦게 드러나며 구단의 존립까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좋은 성적으로 '일'을 낸 게 아니라, 각종 사건 사고로 '일'을 벌이는 셈이다.
현금 거래는 없었다던 고 단장의 호언장담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넥센의 나머지 트레이드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가 쏠린다.
2008년부터 KBO리그에 참가한 히어로즈 구단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2건의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같은 기간 모든 구단 중 최다다.
KBO 규약에는 현금 트레이드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
그러나 넥센은 창단 후 첫 4번의 트레이드에서 모두 현금을 받아 리그 전체의 균형을 깨트린다는 비난을 받았다.
2008년 에이스 장원삼을 삼성 라이온즈에 내주고 현금 30억원을 받으려다가 KBO의 제지로 뜻을 이루지 못한 넥센은 2009년 말부터 재정난을 이유로 '폭탄 세일'을 시작했다.
이택근(LG 트윈스)↔박영복·강병우·현금 25억원, 이현승(두산 베어스)↔금민철·현금 10억원, 장원삼(삼성)↔김상수·박성훈·현금 20억원, 마일영(한화 이글스)↔마정길·현금 3억원 모두 이 시기에 이뤄진 트레이드다.
이후 넥센은 비난을 의식한 듯 공식적인 현금 트레이드는 추진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 롯데와 진행한 두 건의 트레이드(황재균↔김민성·김수화, 고원준↔박정준·이정훈) 모두 현금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무게추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려서다.
수많은 트레이드 과정에서 요령이 쌓인 넥센은 2011년 LG로부터 박병호를 데려오면서 화려하게 비상한다.
트레이드 영입 선수, 신인 드래프트 지명 선수가 차례로 활약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015년에는 강정호, 2016년에는 박병호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진출하며 구단에 큰돈을 안겼다.
넥센이 성적을 올린 덕분에 '선수 육성 후 이적'은 프로야구 새로운 수익 모델 대접까지 받았다.
무분별한 현금 트레이드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리그의 균형을 깰 수 있어서다.
선수를 팔아도, 금세 새로운 선수로 자리를 채우는 넥센을 무작정 비난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넥센의 현금 트레이드는 성격이 다르다.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KBO를 통해 추진했다면 6억원의 돈이 '수익'이지만, 철저하게 숨긴 채 진행하면 '뒷돈'이 된다.
게다가 6억원 가운데 0.5%인 300만원을 이장석 전 대표와 고형욱 단장에게 인센티브 명목으로 지급했다는 문건까지 공개된 상황이다.
이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넥센은 몇몇 수뇌부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선수를 내다 판 팀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다른 구단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트레이드를 진행한 넥센은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실패했다.
현금 트레이드 의혹에 계속해서 부인했던 넥센이라 나머지 트레이드가 정당하게 이뤄졌는지도 의심받는다.
22건의 트레이드 가운데 현금이 낀 공식 트레이드는 4건이며, 이번에 2건이 추가로 드러났다.
야구계에서는 나머지 16건 가운데 상당수가 현금 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낀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대해 고 단장은 "현금 트레이드는 kt와 NC 두 건뿐"이라며 "작년 KIA, SK와 트레이드는 선수만 오갔다"고 말했다.
◇ 히어로즈 구단 역대 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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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 │상대 │이적 선수 │영입 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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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LG│이택근│박영복, 강병우, 현금 25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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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두산 │이현승│금민철, 현금 10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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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삼성 │장원삼│김상수, 박성훈, 현금 20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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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12 │한화 │마일영│마정길, 현금 3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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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7.20 │롯데 │황재균│김민성, 김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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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0│롯데 │고원준│박정준,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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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7.31 │LG│송신영, 김성현│박병호, 심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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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5.1 │SK│전유수│최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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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7.9 │두산 │오재일│이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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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8│NC│김태형│임창민, 차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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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4.18 │NC│지석훈, 이창섭, 박정준│송신영, 신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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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4.18 │LG│최경철│서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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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6│두산 │장민석│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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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4.10 │KIA │김병현│김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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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4.8 │한화 │이성열, 허도환│양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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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3.22 │삼성 │김대우│채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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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6 │KIA │서동욱│무상 트레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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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3.17 │NC│강윤구│김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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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5.18 │SK│김택형│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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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7 │kt│윤석민│정대현, 서의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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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31 │KIA │김세현, 유재신│손동욱, 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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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 │롯데 │채태인│박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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