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간호에 지쳐서" …남편 사망방치한 아내에 집행유예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희귀성 질환을 앓는 남편을 돌보는 데 지쳐 치료가 필요한 남편을 방치해 숨지게 한 아내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2부(김병찬 부장판사)는 28일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A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배심원 9명 전원은 A 피고인의 혐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했다.
배심원들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법원에 이송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도록 한 것은 유기행위에 해당하고 이는 사회상규에 따른 정당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유죄 평결 이유를 밝혔다.
양형에 대해서는 배심원 대부분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의견과 A 피고인이 초범이고 숨진 남편(50)을 장기간 돌봐온 점 등을 고려해 양형을 결정했다.
앞서 검찰도 이러한 점을 참작해 A 피고인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이 집행유예를 구형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A 피고인은 지난해 7월 23일 자택에서 거동할 수 없는 남편(50)의 음식물 섭취를 위해 복부에 삽입된 위루관 튜브가 빠져 있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 닷새 후 영양결핍으로 인한 탈수로 남편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올해 초 불구속 기소됐다.
A 피고인의 남편은 10여 년 전 희귀성 난치성 질환인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은 뒤 2010년 뇌출혈로 전신이 마비돼 요양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다가 2016년 11월께부터 집에서 A 피고인과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생활한 것으로 조사됐다.
A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남편이 다시 튜브 삽입 수술을 받는 것을 보기가 고통스럽고 오랜 병간호에 지쳐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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